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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실칼럼]서로에게 ‘선물’이 되는 사람들

 

시민들의 품에서 시민에 의한, 시민의, 시민을 위한 교육과 학습을 축복이라 여기며 기꺼이 즐기는 교육학자와 현장실천가들은 요즘 한껏 들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새 우리의 마을이 전통적 의미의 학교를 넘어, 마치 성냥 갑처럼 토막처진 제도화된 교육의 울타리를 넘어, ‘세상 속 학교’로 변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에 무한의 배울 거리, 알 거리, 들을 거리, 해 볼 거리‘ 들이 즐비하다. 우리의 마을이, 삶터가, 너무도 소중한 배움의 터전으로, 통념을 깬 새로운 ‘너머 학교’로 목하 변신 중이다.

일찌기 성인교육학의 거장 린드만은 “교육은 인생을 준비하는 일이 아니다, 교육은 삶 그 자체다”라는 말로 삶과 앎에 대한 우리의 통찰을 자극한 바 있다. 그에게 있어 삶은 이미 그 자체로 ‘배움’의 과정이었다. ‘삶 자체로서의 교육은 멈출 수 없는 것이고, 그러기에 교육은 교과 학습 안에 갇혀서는 안 되며, 학습자가 살아가는 구체적인 삶의 상황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역설한 린드만, ‘배움이 끝나는 자리, 인생도 함께 끝난다…’는 그의 말에서 오늘 문득 생애 끝자락까지 결코 놓칠 수 없는 ‘배움의 생명성’에 대한 경이로움을 설레임으로 만나본다.

서로에게 선물이 되고픈 사람들이 모여 일군 인문학 배움공동체, ‘아홉이 모여 백’이 된 어느 마을의 인문학 공동체 사례가 일상학습의 화두로 주목 받고 있다. ‘문탁 네트워크’라 불리 우는 인문학 공부모임이다. 아홉명이 모여 조그만 책 읽는 공부모임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100명이 넘는 제법 ‘대단한 공부모임’으로 성장하며 두루 두루 알려지기 시작했다. 문탁이란 물을 문(問)에 쪼을 탁(啄)으로, 서로 묻고 함께 연마하자는 의미란다. 그들이 일군 ‘작은 거인 같은 위대한 일상학습 공간’이 감동을 준다. 그들의 시작은 흥미롭게도, 곡절이 다르지만 각자 자신의 문제를 붙들고 씨름하고 있는, 마음 심란한 친구들이, 세상을 구원하기 전에 나부터 구원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일단 머리 맞대고 공부해 보자고 ‘의기투합’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 모임의 대표는 회상한다. 처음에는 그저 같이 공부를 해보자는 생각에서 자신의 집 거실을 동네 친구들에게 개방해 인문학 공부를 하는 일로 시작했고, 공부를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정도가 깊어지게 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게 되면서, 이 길을 새로운 삶의 길 ‘마을’이라고 불렀다고 말이다.

자못 흥미롭지 아니한가. 심란한 인생의 심기일전 대 반란을 가히 ‘공부’에서 찾다니 말이다. 그들에게 ‘공부는 구원’이란다. 그들은 모두를 위한 열려진 마을의 배움 공간을 ‘마을 공유지 874-6’라 명명하고 이를 파지사유라 부른다. 파지사유(破之思惟)란 우리에게 익숙한 습속과 사유를 깨뜨리고, 우리가 믿는 사물의 근거를 다시 한번 질문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가히 성찰학습의 심오함이 묻어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곳에서 그들은 동서양을 넘나드는 고전을 읽고 낭송을 즐기며 인문학적 삶과 학습으로 깊이 빠져든다.

그들의 마을 제2공유지에선 마을작업장-월든이 열린다. 그 곳에서 문탁 사람들은 나눔과 순환의 생산과 작업과 학습을 즐기며 또 다른 모습의 대중지성 네트워크 공동체를 일군다. 그들은 돌아가며 ‘추장’을 맡아 이끈다. 끝없는 만남과 학습의 길, 공부의 장을 열어주는 시대의 스승이 마을로 귀환한 듯, ‘공부하러 오세요’라고 추장은 말한다.

고정관념을 거부하고 열려진 생각과 마음으로 하나 된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이 되고 있었다. 어디 문탁의 사람들 뿐이랴. 그들의 이야기는 어느새 학교 울타리를 넘어, 담장을 넘어, ‘학습의 광장’으로 질주하는 우리의 마음으로 이어져 있었다. 우리들의 위대한 영적 스승이자 멘토인 ‘학습그루’는 우리의 일상 속 아주 가까이에,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 그렇게 이미 함께 하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우리는 놀랍게도 ‘서로가 서로에게’ ‘생애 최고의 선물’이 되고 있음을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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