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며칠지나지 않아 추석이 돌아온다. 벌써부터 열차표를 예약하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나 형제들에게 전할 선물을 준비하기도 하고 미리 택배를 이용해 보내기도 하면서 가족들과의 재회의 기쁨을 미리 맛보기도 한다. 물론 요즘 경기가 워낙 어렵다고는 하지만 예전보다는 모든 면에서 풍족하고 윤택해진 생활 덕분에 소비 또한 쉽게 이루어져 먹는 것부터 입는 것에 이르기까지 원하는 것은 무엇이나 크게 힘들이지 않고 구할 수 있다.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을 위해 인터넷 쇼핑이나 홈 쇼핑의 활성화로 집에 앉아서도 원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 구태여 명절밑이 되어 새 옷을 사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어린 시절 추석은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었다. 예쁜 새 옷에 기분 좋으면 신발도 새로 사다 주셔서 그야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로 차리고 날아갈 것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서로 자랑하듯 뛰놀기만 하던 추억과 차례 음식을 장만하는 모든 과정이 아이들을 즐겁게 했다. 그러나 그 즐거운 순간에도 간간이 어른들의 힘에 겨운 말씀이 들리기도 했으나 그 마음을 헤아리기에는 너무 어리기도 했고 눈앞에 벌어지는 풍경이 주는 즐거움에 온 마음을 빼앗겼다. 이처럼 추석은 어린 아이들에게도 즐거움이었지만 고대에는 마을의 축제처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마을의 부녀자들이 길쌈을 해서 진 편이 이긴 편에게 술과 음식을 대접하며 승리의 기쁨과 새로운 다짐을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 한편 의복을 자급자족하는 시대에 여인들의 근면함을 독려하는 의미 있는 축제라고 전해진다. 요즘처럼 아름답고 실용적인 옷을 입는 사람의 취향대로 선택하고 편리한 의생활이 가능하게 되었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그 뿐이 아니다. 지금은 차례상 조차도 업체에서 보내주는 곳이 있고 실제로 명절 당일에도 배달이 가능하다는 말도 있다. 이쯤 되고 보니 대개 큰집에서 모시던 제사를 콘도에서 모여 당일 배송되는 제사음식으로 차례를 모신다고 하니 격세지감이 든다. 물론 연로하신 어른들은 혀를 찰 일이기도 하지만 흐르는 물을 돌릴 수 없는 것이 세상 이치가 아닐까 한다.
몇 해 전 한 유명인사가 방송에 출연해서 요즘 남녀 불문하고 다 바쁘고 집도 협소한데 어느 한 집에 떠맡겨 불만을 키우지 말고 형제들 가족이 다 같이 여행을 가서 편안한 장소에 모여 화목하게 차례를 모시는 편이 속으로 불평하며 억지로 하는 것보다 났다고 하시며 어차피 조상님은 귀신이니까 멀리 가도 귀신 같이 잘 찾아와서 제삿밥 잘 드시고 가시면 두루두루 좋을 거라는 말씀에도 수긍이 간다. 이제 명절은 여성들만의 몫이 아니라 다 같이 준비하며 함께 즐겨야 할 축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제사 지내기 싫어 교회 다닌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기도, 효자와 살면 골병든다는 말도 옛말이 되는 날이 오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하는 말이 다시 나오지 않으려나…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작가 신인상 수상 ▲가평문학상 수상 ▲가평문인협회 이사 ▲플로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