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도에 달이 뜨면 그대는
/박 일
이었다가 불이었다가 때로는
서로의 입김이 되었다가
마음속에 피는 한 송이 눈물꽃의 붉은
향기가 되었다가
날카로운 가시가 사라진 이슬의 해맑은 눈빛이 되었다가
슬픔의 뿌리를 삼키는 파도가 되었다가
파란 하늘이 그리운 섬이 된다
- 계간 ‘아라문학’ 봄호에서
언제부턴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월미도를 찾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때에도 월미도를 찾곤 한다. 손에 잡힐 듯 말 듯 꿈처럼 떠있는 섬을 바라보면서, 가슴 깊이 파고드는 그만그만한 파도를 바라보면서, 사랑은 더 깊어지기도 하고, 더 슬퍼지기도 한다. 인생은 사랑 없이 진행되지 않는다.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불이 되기도 하고, 향기가 되기도 하고, 파도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끝내는 파란 하늘을 그리워하는 섬으로 주저앉기 마련이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