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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산층 멸종위기… ‘허슬링’이 문제 초래”

재화·돈·권력·기술만 앞세운 경제정책이 2008년 붕괴 초래
‘富를 축적하려는 개인의 집념이 미국 견인’ 사례통해 제시
자본 축적을 삶의 목적으로 여겨…미국 ‘공공성 회복’ 강조

 

상위 1%가 나라 전체 부(富)의 38%를 소유하고, 하위 60%가 2.3%를 소유하고 있는 극단적인 빈부격차가 존재하는 나라. 선진국 중에 공공의료보험이 없는 유일한 나라인 미국. 저명한 문화사가이자 사회비평가인 모리스 버먼은 미국 중산층은 멸종위기라고 강조하며 미국이 왜 실패했는지를 한권의 책에 담았다.

버먼의 주장의 핵심은 ‘공화주의’가 아니라 ‘허슬링(hustling)’이 이같은 문제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그 옛날 아메리카 대륙에 청교도가 상륙했을 때부터 미국을 끌어온 힘인 맹목적인 사익의 추구가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미국독립혁명과 남북전쟁을 공화주의 정신의 승리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지만, 실제로 미국을 견인한 것은 끊임없이 부(富)를 축적하려는 개인들의 집념이었음을 저자는 갖가지 문헌과 사례를 통해 설득력 있고 박진감 넘치게 보여준다.

버먼은 1장(풍요의 추구)에서 16세기부터 2010년까지의 미국의 역사를 개관한다. 식민지 초기부터 미국에서 ‘선(善)’, ‘공화국’이나 ‘공공복리’ 등의 공화주의와 관련된 핵심 용어들의 의미가 변화해가면서 ‘도덕’이 ‘이익추구’로 전도되기에 이르고, 결국 남북전쟁에 의해서 공화주의 정신은 완전히 사멸해버렸다.

물론 멈퍼드로부터 에리히 프롬, 라이트 밀스, 밴스 패커드,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등 탐욕스러운 삶의 방식에 대한 진지한 비판자들도 있었다. 특히 1970년대 중반에는 과시적 소비를 비판하며 ‘소박한 생활과 고매한 사고’가 대유행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 대항문화의 에너지는 정치적 힘을 갖지 못했고, 결국 레이건 시대로 들어오면서 완전히 상업주의의 주류문화에 흡수 합병되면서 억눌렸던 소비주의는 기괴스러운 수준으로 치솟는다.

레이건 시대에 들어와 미국의 부르주아 자유주의는 긍정적인 사고와 결합한 개인의 노력이 성공의 열쇠라는, 신자유주의에 딱 맞는 철학을 유행시키면서 ‘허슬링’을 새로운 단계로 도약시킨다. 이제 미국인들은 자본의 축적을 삶의 목적으로 여기게 된다.

이렇게 발동이 걸린 신자유주의 국가는 짐작할 수 있듯이 조지 W. 부시 재임기에 최고조에 이르러 미국 공공부문은 사실상 와해된다. 오마바 정부도 마찬가지다. 2008년 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바로 그 위기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할 장본인들(골드만삭스가 대표하는 월스트리트)을 대통령 경제자문으로 임명하고, 위기를 타파한답시고 거대한 공적 자금을 그들에게 쥐어줬다.

재화와 돈, 권력, 기술 그리고 ‘진보’의 열광적 추구가 결국 배를 들이받아 산산조각 내고 있는 고래를 만들어냈다. 미국의 외교정책이 9·11을 유발했고 미국의 경제정책이 2008년 붕괴를 초래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모리스 버먼은 허슬링과 기술혁신의 이점들이 존재하지만 중요한 것은 균형이라고 밝히며 미국사회의 공공성 회복을 강조한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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