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률 낮은 하승진·양희종 등
공과 상관없는 선수 고의반칙
막판 역전승 노리는 색다른 전술
8일 강원도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와 원주 동부의 경기.
KCC가 78-77로 앞선 경기 종료 30.6초를 남기고 갑자기 심판의 휘슬이 울렸다.
KCC 리카르도 포웰이 공을 갖고 있었고 그 앞을 김주성이 막고 있었지만 두 선수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심판이 반칙을 지적한 선수는 동부의 웬델 맥키네스였다. 맥키네스는 공과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KCC 하승진에게 일부러 반칙을 했다.
이번 시즌 자유투 성공률이 44%로 부정확한 하승진에게 자유투 2개를 주고 다시 공격권을 되찾겠다는 의도였다.
결국 하승진이 자유투 2개를 다 놓쳐 동부가 다시 공격권을 잡았지만 동부는 끝내 역전 골을 넣지 못하고 1점 차로 분패했다.
10일 열린 KCC와 안양 KGC인삼공사의 경기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KGC가 90-84로 앞선 종료 10여 초를 남기고 KCC 김태술이 KGC 양희종에게 역시 공과 관계없는 곳에서 반칙을 시도한 것이다.
양희종의 이번 시즌 자유투 성공률 역시 33.3%로 낮은 편이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이번엔 양희종이 아예 코트 바깥으로 도망을 나가 김태술의 반칙 시도를 무력화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다.
그 사이에 KGC는 찰스 로드가 골밑 득점에 성공하며 KCC의 ‘반칙 작전’을 무위에 그치게 했다.
농구에서 ‘반칙 작전’이 새로운 작전은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에는 공을 가진 선수에게 반칙해서 자유투를 내주고 공격권을 되찾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최근 두 차례 경기에서는 공과 관계없는 곳에서 반칙 작전이 나온 것이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는 샤킬 오닐 등 자유투가 부정확한 선수들을 노려 이런 작전이 자주 시행돼왔다.
이럴 경우 4쿼터 막판 접전 상황에서 잦은 반칙과 자유투로 경기 진행이 늘어질 우려가 있다. 이에 NBA에서는 종료 2분을 남기고 공과 관계없는 반칙이 나오면 자유투와 공격권을 함께 주는 방식으로 과도한 반칙 작전이 나올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농구에서는 그런 규정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식의 공과 무관한 반칙 작전이 자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런 반칙은 인플레이 도중에 나와야 한다. 인바운드 패스가 이뤄지기 전에 공과 무관한 반칙이 나오면 국내 리그 역시 자유투와 공격권을 함께 내주게 된다.
하승진은 10일 경기 시작에 앞서 방송 인터뷰를 통해 “내가 자유투가 좋지 못해 생긴 일”이라며 “경기의 재미를 생각한다면 규정에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