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경기서 투수 평균자책점 2.42
최고 투수진 日보다 앞선 2위성적
좌완·우완·언더·사이드 연속 투입
철벽 강심장 이현승이 마무리
김인식(68) 감독과 선동열(52) 투수 코치가 펼치는 ‘빠른 투수 교체’는 프리미어 12 한국 대표팀의 필승 전략이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6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4강, 2009년 WBC 준우승의 신화를 일군 김인식 감독은 역대 최약체로 평가받던 이번 대표팀을 4강까지 이끌었다.
김성근(73) 한화 감독이 “놀랍고 대단하다”라고 표현한 투수 운영이 4강행의 열쇠였다.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도 김인식 감독은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로 승부를 걸 전망이다.
이번 대회 6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국 투수진은 팀 평균자책점 2.42를 기록했다. 캐나다(1.83)에 이은 2위다.
국내파 최고 투수를 모은 일본 대표팀 투수진(평균자책점 2.83)보다 성적이 좋다.
위기를 맞이하기 전에 선발 투수를 내리고 불펜 싸움을 시작하는 과감한 전략이 통했다.
프리미어 12 예선 조별리그와 8강전 총 6경기에서 한국 불펜진은 25⅓이닝을 소화하며 5점(3자책)만 내줬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1.07로 매우 좋다.
첫 경기였던 8일 삿포로돔 일본전에서만 5⅓이닝 동안 3실점했을 뿐, 다른 5경기에서는 20이닝 동안 2실점하고 자책점은 단 한 개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투를 펼쳤다.
16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털구장에서 열린 쿠바와의 8강전에서 선보인 투수 운영이 불펜 활용의 좋은 예다.
선발 장원준(두산)은 4회까지 1안타만 내주며 무실점 호투했다. 그러나 5회 들어 제구가 흔들렸고 안타 2개와 볼넷 2개를 내줬다. 투구 수는 66개였다.
김 감독과 선 코치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5-1로 앞선 5회말 2사 1, 2루에서 좌완 선발 장원준을 내리고 우완 불펜 임창민을 올렸다.
임창민은 첫 타자 율리에스키 구리엘에게 우전 적시타를 내줘 1실점(장원준 실점)했지만, 유니에스키 구리엘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 이닝을 끝냈다.
6회에도 등판한 임창민은 두 타자를 쉽게 처리했다. 위기가 아니었지만, 한국 벤치가 움직였고 왼손 차우찬을 내세웠다.
차우찬은 1⅓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8회 무사 2루에서는 언더핸드스로 정대현이 등판했다. 정대현은 4타자를 상대로 아웃카운트 4개를 잡는 완벽한 투구를 했다.
9회 1사 후 김인식 감독은 왼손 마무리 이현승을 올려 경기를 끝냈다.
선발이 위기를 맞으면 투구 수에 얽매이지 않고 불펜을 투입하고, 불펜을 투입한 뒤에는 위기를 사전에 차단하는 적극적인 투수 운영에 쿠바 타선은 힘을 쓰지 못했다.
한국 불펜진은 양적으로 풍부하고, 질적으로 우수하다.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 차우찬이 있고, 구종을 파악하기 어려운 잠수함 정대현이 포진했다.
제구가 좋고 체인지업 구사 능력이 탁월한 좌완 정우람, 사이드암이지만 시속 140㎞ 후반의 직구를 뿌리는 심창민, 시속 150㎞를 넘나드는 묵직한 직구를 자랑하는 우완 정통파 조상우도 1이닝 이상을 확실하게 막아줄 수 있는 불펜 투수다.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 왼손 마무리 이현승이 마지막 문을 지킨다.
이제 2경기가 남았다. 한국은 불펜진을 쏟아부을 준비가 됐다.
여러 불펜 카드를 손에 쥔 김인식 감독은 일본을 넘어설 용병술을 구상 중이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