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꽃잎은 착 달라붙어
/박정남
손가락으로 아무리 입술을 문대어도
떨어지지 않을 꽃잎 하나
진달래 꽃잎은 너무 진하고 얇아
네 입술에 붙어 오래 떨어지지 않는다
네 입술은 진달래 꽃잎이 떨어져 잠든 깊은 바다
진달래 꽃잎은 물에 떠가면서도
물결에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바람에도 다시는 날아가지 않을 듯이
그 떨어진 자리에 고즈넉이 엎드려 있다
- 박정남 시집 ‘꽃을 물었다’ / 시인동네시인선
진달래 꽃잎을 찬찬히 들여다보자. 두께는 얇고 빛깔은 애잔하기까지 하다. 그 여리고 애틋한 것이 떨어져 어딘가 착 달라붙고 나면 어지간해선 떨어지지 않는다. 마치 진달래빛 입술의 꼭 다문 형상과 닮았다. 입술이 물고 있는 궁금한 이야기처럼. 진달래꽃잎을 보면 저마다의 환상 속으로 당겨오는 것이 있다. 진달래 꽃잎 하나가 피어나고 바람에 흔들리고 영원할 것 같은 그 흔들림이 결국 떨어지는 일, 그리고 떨어진 그 자리에 착 달라붙어 두 번 다시 떨어지지 않을 듯이 고즈넉이 엎드려 있는 풍경, 마치 우리네 삶을 바라보듯 저릿해 온다. /이미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