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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끈질기게 웅크린

끈질기게 웅크린

                                            /한성희



물길 끊겨 뱃가죽 훤히 드러난 동강의 자갈 바닥

씨암탉만 한 돌멩이 하나가 막 산란하고 있다

휘어진 등으로 무수히 내리꽂히는 햇살을 받아내는

반질반질한 등어리, 슬며시 들춰본다

구석으로 몰린 물구덩이에서 파닥거리는

여남은 마리 물고기와 개구리들

단단한 돌멩이 하나가 날개와 지느러미를 접고

뙤약볕 아래서 강을 품고 있다



수천 길 직립의 절벽에서 떨어져 나와

수만 갈래의 물길에 몸 뒤집다가

거친 물살에 몸 낮추고

강바닥이 훤해지기를 기다렸다니

제 체온으로 강의 명줄을 잇고 있다니

마른 강바닥에 끈질기게 웅크린 돌을

함부로 들춰볼 일, 아니다



둥근 등이 단호하게 땡볕을 튕겨내고 있다


- 한성희 시집 ‘푸른숲우체국장’

 



 

침잠의 날들이다. 하지만 그 시간은 흐르는 물길 끊긴 세상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몸부림이며 도저히 떠날 수 없는 곳을 품기 위한 사투다. 그러한 산란은 강바닥에 자리한 돌멩이도 예외일 수 없다. 휘어진 등으로 무수히 내리꽂히는 햇살마저 받아내어 반질반질해진 등어리, 수천 길 직립의 벽에서 떨어져 나와 몸을 뒤집고, 낮추고, 기어이 강바닥이 훤해지기를 기다리며 제 체온으로 강의 명줄을 잇는 끈질김까지, 그리하여 시인은 말한다. 마른 강바닥에 웅크린 씨암탉만 한 돌멩이 함부로 들춰볼 일, 아니다 한다. 비록 작은 사물일지라도 결코 그 무게를 가벼이 보지 말라 한다. 그것은 거친 물살에 몸 낮추고 때를 기다려본 자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맘껏 펼쳐야 할 날개와 지느러미를 접고 좀 더 큰 뜻을 위해 한구석에 오래도록 웅크려본 자만이 헤아려 볼 수 있는 일이다.

/서정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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