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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세상이 바뀌었다. 하얗게 빛나는 눈을 덮고 움직이지 않는 나무도 마른 풀도 모두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소복이 눈을 얹은 차들은 날이 밝으면서 거북이가 되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종종걸음을 치면서도 신기해한 듯 첫눈을 바라보며 걷는다. 모두 하룻밤 사이에 눈송이의 춤을 바라보다 마법에 걸려있다.

지금까지 보아온 첫눈은 먼 산에는 눈이 쌓여도 거리에는 조금 흩날리다 마는 게 첫눈이었다. 나뭇잎의 얼굴을 다 가리지도 못할 정도였다. 많다고 해 봐야 겨우 발자국이 찍히거나 눈사람을 만들려고 눈을 굴려도 어른 주먹 크기도 못 미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예상 밖으로 많은 눈이 내렸다. 기상청의 예보를 빌리자면 올해는 기습 한파도 있고 이에 따라 눈이 자주 내리고 비가 오는 날도 잦을 거라고 한다. 아무래도 겨울이니 비보다는 눈이 내릴 확률이 높고 눈이 오면 어린 아이들이나 한가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은 좋겠지만 눈 치울 일이 걱정이다. 제설 작업을 잘 한다고 하더라도 출퇴근 하는 사람들은 걱정이 앞서게 되어있다.

기왕에 눈 이야기가 나왔으니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바로 눈으로 본 세대차라고 할 만한 이야기다. 십대는 눈이 오면 벌써 없다 눈싸움하러 밖으로 나갔으니까, 이십대는 전화중이다. 약속 잡아야 하니까 기왕이면 분위기 좋은 카페나 드라이브코스로 여친에게 잘 보이기 위한 남친의 전략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이고 인터넷 맛집 검색도 순위가 올라간다고 한다. 다음이 삼십대 대개 사회에 첫발을 딛고 오래지 않은 이들에게 눈은 결코 아름다운 추억 만들기의 소품이 아니라 우선 퇴근길은 얼마나 막힐 것이며 내일 아침 빙판길이 되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 사십대 역시 별반 다를 게 없겠지만 여인들은 슬슬 찜질방쪽으로 눈을 돌리는 시기이다. 오십대는 눈이 오기 전부터 빨래 걷어라, 장독 덮어라 하며 집안 단속을 한다지만 요즘은 누가 얼마나 장을 담가먹으며 그나마 유리 뚜껑으로 바뀐 지 오래고 빨래도 탈수 건조까지 되는 성능 좋은 세탁기가 있고 그것도 실내에서 건조대에 널린 빨래는 알아서 잘 마른다. 물론 예전처럼 빨랫줄에 척척 걸쳐 널어 바지랑대로 높이 올려 햇볕 쪼이고 바람 쏘이며 말린 바삭거리는 기분은 벌써 아스라한 옛 이야기가 된지 오래다.

이쯤 되면 눈 오는 날의 세대차도 수정이 불가피 하다고 본다. 결국 사십대에서 더 이상 구분이 불가능한 생존에 매달리는 시대가 되었다. 어쩌면 삼십대도 속칭 앗싸나 미생으로 분류되는 세대에게 눈은 아무런 추억거리도 되지 못한다. 아마도 칠십 대 부터나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것도 노후 대책이 되어있는 소수의 부유층과 연금 수혜로 생활이 안정된 노인과 빈곤층으로 전락한 어쩔 수 없이 지원을 받아야 하는 노인의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되는 슬픈 현실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젊은 사람도 낭만이라는 글자를 잊고 산다지만 노인 빈곤층에게 회상할 추억이라도 온전히 보장 될지 의문이다. 지금도 눈이 내리고 빈 박스와 병이나 플라스틱 나부랭이들이 눈을 맞으며 들어앉아 있는 유모차를 밀고 가는 박스할머니에게는 눈은 분명 장애물 이상의 의미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눈을 바라보면 하늘로부터 내리는 축복이라는 느낌은 여전한데 올 한 해 내리는 눈송이만큼만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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