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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메기와 미꾸라지

미꾸라지가 들어있는 어항에 천적인 메기 한 마리를 넣으면 미꾸라지들이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도망 다니면서 더욱 건강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메기이론’. 이 같은 지혜를 일찌감치 사용한 사람들은 네덜란드인이다.

청어 잡이로 부를 축적한 네덜란드인들은 17세기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해역에서 청어를 잡아 수조에 넣어오면서 이 방법을 썼다. 육지로 오는 중간에 청어들이 많이 죽는 바람에 제값을 받지 못하자 청어보다 덩치가 큰 메기를 넣어 생명의 위협을 느낀 청어의 생존율을 높인 것이다.

현대에 와서도 이 같은 이론은 고스란히 적용된다. 사회 전반에 걸쳐 비슷한 환경, 즉 강한 경쟁자 덕분에 약한 것들의 활동 수준이 높아져 전체 분위기가 활성화되는 것을 가리키는 ‘메기 효과(catfish effect)’라는 말도 생겨났다. 역사가인 아놀드 토인비가 즐겨 사용해 일반화 됐다. 그는 강연을 하면서 좋은 환경보다는 가혹한 환경이 문명을 낳고 인류를 발전시킨다는 역사 이론을 설명할 때 이 일화를 즐겨 썼다.

24년 만에 새 은행인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2곳이 엊그제 낙점됐다. 그리고 곧바로 ‘메기이론’이 세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새로운 경쟁자 출현이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와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적절한 위협과 자극요인이 된다고 해서다.

지금까지 대출시장은 은행을 이용할 경우 저금리로, 그렇지 못한 저 신용자는 제2금융권에서 20%대 고금리로 대출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번에 탄생한 은행에선 비슷한 저 신용자도 10%대 중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새롭게 중금리 신용대출 시장이 열리고, 점포 방문 없이도 은행업무가 이뤄질 수 있는 구조로 바뀐 셈이다. 메기효과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그러나 서민들의 빚이 늘어날 것이라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일부에선 새로 탄생하는 은행이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아니면 기존 생태계의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로 전락할지 두고 봐야 한다는 예측도 내놓고 있다. 아무튼 지나친 메기효과는 산소마저 고갈시켜 미꾸라지를 더 죽게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에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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