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미술작가이자,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리 람 작가는 전시에서 곶자왈(덤불의 제주어)의 공간을 영상매체로 재탄생시킨 작품 11점을 선보인다.
그는 “‘곶자왈’은 지구상에 보기 드문 공간으로, 제주의 버려진 기억의 땅이다. 북방한계 식물과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곳, 즉 이질적이고 이단적인 것들이 가시들과 같이 어우러져 인간의 소용이 닿지 않던 공간”이라며 소개하며 인간의 자아를 자극하는 공간으로서의 곶자왈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제주의 시간이 담긴 곶자왈 영상작은 전시장 자체를 하나의 유기적 상호작용이 공존하며 숨쉬는 곳으로 탈바꿈시켰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곶자왈의 이미지는 축적된 시간, 변형된 시공간, 그리고 실낙원의 그림자를 은유한다. 이는 경쟁과 협조, 살생(殺生)이 거듭되면서 새로운 생명체가 다시 피어오르는 과정을 거듭한다.
또 새롭게 선보이는 ‘뽑기 기계’ 작품은 ‘기계적인 것’이라는 기능적 용도를 넘어 작동을 멈춘 낡은 인형뽑기 기계 상태 그대로 설치해 곶자왈과 같은 자연 생태계에 내재된 환영을 반추하기도 한다.
전시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감상자들의 자유로운 상상이 투영돼 곶자왈 속에 존재하는 그대로의 시공간을 느껴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