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 해의 마지막이다. 오늘이 지나면 새 해가 시작된다고 생각하니 숙연해 진다. 눈 소식이 있었으나 아침 공기는 싸늘했고 거리의 풍경은 한산했다. 눈이 와 모든 것을 덮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는지 이맘때가 되면 부쩍 눈을 기다린다. 눈에 덮인 깨끗한 풍경을 바라보며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기도 하고 조그맣게 눈사람을 만들면서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가 마음을 쉬고 싶은 때도 있다. 방송에서는 각종 시상식이 줄을 잇고 상을 받는 사람은 꽃다발 속에 묻혀 긴 인사말을 하고 수상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축하의 박수를 보내면서도 내심 다음 기회를 생각하며 각오를 다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한 해가 저물어가고 좋든 싫든 매듭을 지으며 마지막이라는 남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물론 새해라고 해서 별다른 날은 아닐 것이다. 그저 평범한 날의 연속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결코 반갑지 않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아직은 일을 해야 하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년이라는 넘을 수 없는 벽이 기다리고 있다. 사회로부터 도태된다는 자괴감과 평균수명이 늘어 거기에 비례해 지출도 연장 되고 있는데 손 놓고 들어앉는다는 일이 받아들이기 힘든 또 하나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얼마 전에 위안부 문제에 합의를 보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평생을 위안부라는 멍에를 지고 살았을 피해 할머니들에게 어떤 보상도 그 마음의 상처를 씻어 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일본정부의 사과를 받았다는 사실은 중요하다고 본다. 그것도 많은 분들이 이미 세상을 떠나셨고 생존해 계시는 분들이나마 사과를 받을 수 있어 다행이고 위로가 되지 않을지 기대해 본다. 물론 그에 앞서 그분들의 뜻이 반영되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그분들이 만족할 만한 합의는 아니었다고 해도 그렇게나마 매듭을 지으면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마음의 짐을 덜었으면 한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행복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행복이라는 것이 다가가면 갈수록 멀어진다는 느낌은 떨쳐버릴 수가 없다. 물질이나 지위로도 피해갈 수 없는 그늘을 드리우기도 한다. 재벌가의 이혼설이 종편에 시간대 별로 다루어지는 것을 보며 상류층의 일이라고는 해도 사생활을 그것도 불행을 이슈화 하는 행태는 저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공중파가 예전에 가판대에서 판매하던 주간지 수준으로 전락하고 보다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고자하는 도전은 보이지 않는다. 그들에게 있어 한 해의 마지막은 어떤 의미일지 궁금하다. 정가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새 판짜기로 분주하고 자신의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 연일 새로운 말과 퍼포먼스에 가까운 행보를 보여준다. 서민들의 생활을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데 누구를 위해 이런 소요들이 연출되는지 모를 일이다. 그들만의 그들만을 위한 말잔치에 싫증이 난지도 오래다. 누구 하나 국민을 생각하는 어떠한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송년회로 떠들썩하던 분위기도 찾아보기 힘들다. 가족과 함께 지나온 한 해를 되돌아보며 서로에게 격려와 축복의 말을 전하고 있기만을 바라는 마음이다. 아내가 남편에게 부모가 자녀를 아들딸이 부모님을 바라보며 서로의 존재에 감사하고 무탈하게 한 해를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며 이 한해를 조용히 마무리하면서 내일을 준비한다면 분명 축복은 그들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