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하다
/허형만
지리산 깊은 터에서
아흔 줄 어머니
고구마 덩굴을 들어 올리신다
줄줄이 딸려 나와 세상을 밝히는
저 붉은 고구마 앞에 나는
두 손 모아 절한다
바로 옆 참깨 밭에서
잘 여문 어머니 독경 소리가
우루루 쏟아진다
그 독경 소리 앞에서도 나는
두 손 모아 절한다
그렇게 한나절이 갔다
한 때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일기장을 덮을 때면 늘 자신을 향해 ‘잘난 척 하지 않고 오늘을 살았는가?’하고 묻곤 했다. 어리석게도 자신을 잘났다고 여기며 스스로 겸허해 지기를 표방하던, 자기중심적 인간의 지독한 독선이 아니었나 싶다. 점차 自己愛에서 벗어나 성숙해지자 자연의 이치는 왜 그리 무한하고 세상에는 또 잘난 사람이 왜 그리 많은지!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자신을 드러내기가 부끄러웠다. 요즘은 하루에 한 번 시간이 나면 부처님 앞에 108배를 하며 어리석은 인간임을 참회하지만 아직도 못난 송아지의 엉덩이에 난 뿔은 좀처럼 떨어질 줄을 모른다. 하지만, 붉은 고구마 앞에 두 손 모아 절하는 저 시인은 정녕코 우주 앞에 얼마나 겸손한가! 엎드려 절하고 싶다. /송소용 시인·수원문학 시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