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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구 칼럼]노후준비

 

해가 바뀌어 나이 먹기를 위한 어떤 노력도 없이 나이가 바뀌었다. 수 년 전만 해도 시간을 거꾸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하는 엉뚱한 생각이 없지 않았다. 은퇴(2019년 여름)를 수 년 남기고 있는 지금은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다. 학교에 있으니 타 직종에 비해 퇴직연령이 늦은 편이고 연금도 있으니 노후준비 타령하는 말은 비난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노후복지가 허약한 가난한 나라일수록 은퇴연령이 늦는 것은 변호사 의사와 같은 전문 직업을 제외하고는 늙어서도 일하지 않으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은퇴 후 연금 수령자가 또 다른 수입을 위해 또 다시 직업을 갖는 것을 비난할 수 없지만 노후대책이 턱없이 부족한 이들의 노후 수입을 위해 무보수 봉사활동하기를 권한다.

아내가 교사로 재직하다가 퇴직 12년을 남겨두고 50세에 명퇴를 했다. 퍽 이른 나이였는데 벌써 만 7년이 흘렀다. 일반 시민들이 그러하듯이 집 마련하고 자녀교육 시키고 시집보내니 가계 빚은 혹처럼 붙어 다녔다. 아내의 명예퇴직금으로 빚을 갚고 싶었지만 아내는 27년의 수고가 사라지는 것 같다면서 빚 청산을 뒤로 미루고 은퇴 후 은신할 터를 가평에 마련하였다. 당시로서는 조금 이른 듯 마련한 것이지만 이후 주말이나 휴일에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당장 은퇴하면 지금처럼 둘러보는 곳이 정주지로 바뀔 것이지만 그 때도 지금 같은 재미가 있을까 싶다. 정작 몸 붙여 살다보면 후회하고 팔아 다시 도시로 나올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만족하고 있다.

교내 몇 몇 선생님들은 멀리 동해안 고성부터 강릉, 홍천, 가평 등지에 소위 전원주택을 지어 주말과 방학을 보내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있다. 꼭 노후대비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각자 형편이 되는 대로 서울을 떠나 또 다른 살 곳을 마련하는 것을 보면 단지 일시적인 유행이나 투기가 아니라 그만큼 도시 생활에 지쳐있고 한적한 곳에서 작은 노동과 함께 연구 활동을 하려는 학자들의 속성인 듯하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에서 순금수저는 아니어도 금 수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것도 재산이라면 죽을 때 사회에 환원하지 않는 한 자식의 몫으로 상속될 것이다.

얼마 전 자식에게 효도각서를 받고 집을 상속해 주었는데 불효를 하여 노부모가 소송하여 집을 되찾았다는 뉴스를 보았다. 이미 그 부자사이는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었겠지만 노부모가 살아갈 방법은 그 길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간에서는 재산을 상속하지 말고 모두 쓰고 죽거나 사회에 헌납하라고 한다. 한국동란 전후로 태어난 지금 60-70세 세대 분들의 고생을 85세 이상 생존하고 계신 노부모님들의 고생에 비하겠느냐만 공양을 받아야 할 나이임에도 서른이 넘은 자식은 취업 못해 집에 있고 100세 시대의 노부모는 70세의 자식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오래 전에 홍콩배우 성룡이 자신이 소유한 재산을 사회에 헌납하면서 기자회견을 할 때 ‘내 자식이 똑똑하다면 내 재산이 필요 없을 것이고, 자식이 못났다면 내 재산을 탕진할 것’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또렷하다. 자식과 상의하고 한 일인지 알 수 없지만, 비록 아주 작은 재산이라도 사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이만큼 훌륭한 조언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대생 한 명이 인생은 수저 색깔에 달려있다고 유서를 쓰고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부동산을 빼고 현금 최소 20억 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집안 자식이어야 금 수저라는 말이 있다. 기업은 물론 대형교회 목회자까지 상속하고 세습하는 대한민국에서 젊은이들이 수저색깔 타령하는 것을 탓할 수도 없다. 아버지의 재산이 결국에는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 믿고 있는 세상, 금 은수저 아니면 들어갈 수도 다닐 수도 없다는 로스쿨,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 세대까지였다는 20∼30세 자식세대의 부모와 사회에 대한 원망의 말들로 인해 상속해줄 것 없는 60-70세 부모는 자식들 앞에서 무슨 죄인인 양 남은여생을 살아가야 할 판이다.

비록 새해에도 여전히 물질적인 어려움에 있을지라도 붉은 원숭이처럼 대담하게 모든 것을 뒤로 하고 건강부터 챙기는 노후 준비로 한 해를 헤쳐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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