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 원
/윤중목
오랜만에 서울 올라와 만난 친구가
이거 한번 읽어보라며 옆구리에 푹 찔러준 책.
헤어져 내려가는 고속버스 밤차 안에서
앞뒤로 뒤적뒤적 넘겨 보다 발견한,
책갈피에 끼워져 있는 구깃한 편자봉투 하나.
그 속에 빳빳한 만 원짜리 신권 다섯 장.
문디 자슥, 지도 어렵다 안 했나!
차창 밖 어둠을 말아대며
버스는 성을 내듯 사납게 내달이고,
얼비치는 뿌우연 독서등 아래
책장 글씨들 그렁그렁 눈망울에 맺히고.
- 운중목시집 ‘밥격/천년의 시작’
둘러보면 모두들 힘들다 힘들다 안 힘든 사람 찾아보기 힘든 세월이다. 시인도 시인의 친구도 다 힘든 사람들이다. 그래도 정 깊었던 옛날이 좋았다, 그립다, 말들을 한다. 쓸쓸한 날에 책갈피를 뒤지다 발견한 반짝이는 만 원짜리 신권 다섯 장은 복권에 맞은 듯 시인을 행복하게 했으리라 뒤이어 시인을 그렁그렁 눈물 고이게 했으리라. 산다는 건, 우리들의 피가 뜨겁게 돌고 있는 한 절망할 수 없다는, 사람이 희망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도 힘든 친구에게 빳빳한 만 원짜리를 준비해서 슬쩍 옆구리에 디밀고 싶은 날이다. /조길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