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여자
/김영기
예쁜 그릇이 욕심나고
자꾸만 수다 늘어가는
내 안의 여자가 궁금해진다
늙어가는 증거라고
누군가는 놀려대지만
민들레 씨방이 비밀 신방 차려놓고
때가 되면 바람 앞에 허물어지듯
내 안에 숨어 사는 그녀에게
오늘은 입김을 불어본다
긴 머리 쓸어 넘기며
가끔 뒤를 돌아보는 여자
내가 닮아가는
나를 닮아가는 여자
만나지 못했던 여인인가
나를 만나서 잃어버린 아내의 반쪽인가
- 김영기 시집 ‘겨울 연밥’
한세월 잘살고 있는 부부들을 보면 서로 닮아있다. 좋아하는 음식이나 취미, 얼굴 모습까지 비슷하다. 그것은 오랜 시간 함께해온 생활습관과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 사랑하며 지나온 젊은 날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는 해가 갈수록 예쁜 그릇을 욕심내고 잔소리도 늘어간다. 꽃 같기만 했던 아내의 변한 모습을 보면서 남편은 안타깝다. 하여 마음속에 간직된 이전의 아내 모습을 떠올린다. 긴 머리를 쓸어 넘기며 뒤를 돌아보던 여자, 그 싱그럽던 모습이 그립다. 누군가는 늙어가는 증거라고 놀려대지만, 민들레 씨방이 비밀 신방 차려놓고 때가 되면 바람 앞에 허물어지듯 내 안에 숨어 사는 그 여자는 애틋함을 불러일으킨다. 나를 만나서 잃어버린 아내의 반쪽, 그래서 나 자신의 어느 한 부분을 잃어가며 결혼을 완성해가는 부부 모습은 이 세상 무엇에도 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서정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