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칼코마니
/장요원
모르는 여자와 경비실에서 한바탕했다
멱살이 머리채를 잡고 빨강이 노랑을 잡아채고 손가락과
모가지와 팔다리가 뒤섞여 늘어지고
머리카락이 소리를 질렀다
소리는 입 안에서 소용돌이쳤지만
소리 밖으로 빠르게 번져나가지 못했다
모르는 여자 얼굴이 아는 얼굴과
자꾸만 겹쳐졌다
서로 당기고 미는 틈으로 자꾸만
자꾸만 아는 얼굴이
그러나 더욱 알 수 없는 얼굴이 나왔다
- 장요원 시집 ‘우리는 얼룩’ / 천년의 시작
여자들의 싸움이란 대체로 서로의 머리채를 잡는 방식이다. 손가락이 손가락을, 팔다리가 팔다리를, 행위가 행위를 따라가는 것인데, 더불어 거친 숨소리가 엉켜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돌아간다. 이 낯선 움직임에 스스로 놀라 소리칠 여유도 없다. 밀착 또 밀착!…… 이러고 놀았던 기억이……, 언제였더라……, 살과 살, 머리카락과 머리카락, 팔과 다리, 다리와 팔……, 이런 생생함이라니, 이런 친밀함이라니, 얼마만인가, 내가 내 살을, 내가 내 머리카락을, 작정하고 움켜쥐는 일, 반갑고 서먹해라, 나와 닮은 이 여자, 어느 먼 곳에서 이제야 달려온 또 다른 나, 도무지 알 수 없는 나. /이미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