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최향란
뜨거워야 사는 복수초 얼음 아래 숨었는데
눈은 잔인하게 밤새워 내렸어
세상은 처음부터 온통 하얬어 라고
그래서 눈보라 치는 어둠 헤치고 오목 안테나 꽃술을 뻗었어
어차피 다른 길 쉽지 않기에
심장 밖으로 툭 불거져 나온 꽃술이야
이게 생의 마지막이라고 털어 놓으니
불안하기만 했던 봄 두렵지만은 않은데,
모르겠어 샛노란 이 꽃잎의 시작 앞에
훤히 드러나는 그리움 사이의 거리
- 계간 아라문학 가을호에서
세상은 항상 존재와 존재 사이에 경계를 둔다. 그 사이에 벽이 존재하기도 한다. 나와 타자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어떤 열매도 자신과 세상 사이에 껍질이라는 경계를 두고 있기도 하다. 그 경계는 온도 차이에서 오는 심각한 상처를 최소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뜨거운 사랑이나 뜨거운 그리움도 일정한 경계 밖으로는 얼음짱 같은 차가움으로 둘러싸여 있다. 사실은 그래서 더 뜨겁기도 하다. 차가운 얼음짱을 뚫고 뜨거운 그리움을 향해 손을 내민다. 경계 밖이 차가울수록 그리움을 향한 염원은 더 뜨거워진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