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길
/강세환
겨울은 속절없이 가고
봄은 참 싱겁게 오고 있더라
마치 열매 없는 꽃처럼
맥빠지게 봄은 오고 있더라
마침내 깃발을 흔들거나
구호를 외치며 오지도 않더라
그 멀고 혹독한 겨울의 끝에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상의 끝에서
봄은 결코 그렇게 소리치며 오질 않더라
봄을 기다리는 가슴에다 김을 빼듯이
사람들의 입에다 물을 멕이며 오더라
싱겁게 다가오는 봄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나는 절망한다
봄이 오는 들판에 누워
겨울 내내 숨죽이고 기다리던
그 가슴에다 못을 박는다
봄은 저렇게 설치고 오는데
나는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가
낡은 깃발을 흔들고 있는가
문학이란 무엇인가라고 시작하기에는 무거운 시선이다. 글만 써서 먹고 사는 사람들도 있고, 혹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시인이나 작가의 본업이 문학이다.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빛을 띠고 살아가지만 외형적으로 보이는 얼굴을 통해 글을 쓰고 읽어간다. 시인이라는 직업은 유독 고독을 안고 산다. 시인이나 작가가 세상일에 나서게 되면 상처가 된다. 그러나 시인을 세상으로 끌어들이게 만든 사회는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지금 주변에 살고 있는 일들이 그렇다. 사람을 뽑는 시기가 왔다. 여기저기서 선거의 바람들이 일어나고 있고 시민들의 혈세로 말을 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쓴맛을 보면서 또 맛볼 일들이 많아지는 이때에 시인의 독백과 시선들이 깊어간다. /박병두 수원문인협회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