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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아버지 만세!

 

아버지 만세! 아버지 만세! 아버지 만세!

느닷없는 만세 삼창에 아버지도 어머니도 집사람도 나를 바라본다.

놀란 듯 어이없어 하시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흡족한 표정의 아버지, 그냥 빙그레 웃으시는 어머니, 그 옆에서 마치 응원이라도 하듯이 잘했다는 표정의 아내.

살아오면서 나는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나 특별하게 유난스런 부자지간에 애정 전선이 형성되었던 기억은 없다. 그저 치열한 삶속에 모든 것이 매몰되는 삶이었고 그렇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넉넉지 못한 살림으로 장남인 나에게 교육의 기회를 만들어주기보다는 공장에라도 가서 돈을 벌어 생활에 보탬이 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셨을 지도 모르겠다. 살기 어려웠던 60~70년대 농촌에 대부분에 부모들이 어쩔 수 없는 환경으로 자식들을 객지로 떠나보냈던 아픈 기억들에 우리 부모님도 별 저항 없이 편승하셨으리라. 어쩌면 더 정확하게 말해서 너무나 어려운 가정 형편을 일찍 안 내가 부모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고 집안을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무작정 상경을 하여 길동에 있던 모터 공장에 취직을 하였다. 그때 내 나이가 열대여섯 되었을 무렵이다.

두 아이가 장성하여 가정을 꾸려 살림을 났으니 부모로서의 할 일은 어느 정도 한 것도 같아 걱정도 많이 덜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함께 사는 가족은 아버지 어머니 아내 이렇게 네 식구다. 늘 부모님과 함께 생활을 해 왔지만 자식들 출가시키고 나니 부모님을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변해가는 것 같다. 물론 연로해지시는 부모님이라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틈만 나면 족보를 꺼내 집안 내력과 동기간의 우애를 이야기 하시며 일가친척들이 당신에 대한 어른 대접이 소홀함에 늘 서운해 하시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언제 부터인가 측은해 보이기 시작하고, 운동이라며 늦은 밤까지 빨래와 씨름 하시는 어머니를 보면 그간 없던 고부갈등을 이제 와서 만드시는 것 같아 야속하기까지 하다.

그렇다 보니 어머니에게는 ‘운동도 좋지만 덜 하세요.’가 입버릇이 되었고 그럴 때마다 어머니의 대답은 ‘그럼 가만히 앉아 굳어 죽으란 말이냐? 그냥 나하는 대로 내버려 둬라.’ 그러신다. 그러나 자식인 나는 가슴이 저려올 뿐이다. 아버지에게는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 말씀을 드리나 당신을 무시한다는 생각만 키워 가시는 아버지께 왜 진작 아버지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대하지 못 했나 후회도 되고 다가서지 못하는 아버지 대신 먼저 다가갔어야 하는 것인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생긴다. 때늦은 후회가 아니기를 바라며 지금이라도 다가서는 마음을 아버지가 아셨으면 좋으련만….

지난달 작은 아들이 결혼하고 살림을 나게 되어 아들 혼자 생활하던 살림살이를 정리하여 싣고 내려왔다. 살림이라야 별거 없을 것 같아도 이것저것 챙겨보니 짐이 제법 되었다. 살림살이 중에는 커다란 책상이 있었는데 싣고 내려온 짐을 아버지가 보시더니 책상을 당신이 쓸 테니 지금 쓰고 계신 것과 바꿔라 하신다. 일에 번잡함과 책상 쓰임새로 보아 현재 쓰고 계신 것 그대로 쓰셔도 좋을듯하나 굳이 바꾸어 달라 하시니, 그냥 그대로 쓰시라 말씀하시는 어머니를 설득해서 바꾸어 드렸다. 책상이 무척 마음에 드셨는지 설레는 듯 매우 흡족한 표정으로 좋아 하시기에 나도 모르게 “아버지 만세” 삼창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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