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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팔자타령

 

날씨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한껏 올라갔다 싶으면 다시 곤두박질이다. 어느 날은 봄인가 싶다 그새 눈이 날리고 다시 두꺼운 옷에 목도리를 칭칭 감고 다니게 만든다.

그날도 날이 푸근하기도 했고 바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자꾸 열리는 문을 다시 잠그지도 못하고 열린 채로 바람을 맞으며 일을 하다 그만 콧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조금 그러다 말겠지 했지만 연 이틀을 두고 콧물이 주체를 못하고 숨도 입으로 쉴 지경이다. 병원에 가는 것도 창피하도 하거니와 일단 버텨볼 생각에 약국에서 주는 약으로 다스리려 했던 생각이 이번에도 보기 좋게 빗나갔다. 증세는 그대로인데 위장장애를 얻어 속이 할퀴는 것처럼 아프다.

무슨 감기를 달고 사는지 이번 겨우내 감기의 모든 증상을 다 거치더니 또 한 바퀴를 돌 심산인지 머리까지 지끈거린다. 어릴 적부터 잔병치레를 많이 해서 집안 어른들 근심을 많이 시켜드렸는데 결혼해서 큰살림하고 아이 낳아 키우고 살면서 겉보기에 건강해지고 몇 년 전부터 운동도 꾸준히 해서 체력을 길렀다고 생각했지만 감기만큼은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주위에서는 감기무량이니 감기와 일심동체라느니 하는 말로 놀린다. 중병에 걸려 고생하는 것보다 가볍게 감기 정도로 때우는 게 훨씬 싸게 먹힌다며 농담조의 위로도 한다. 그렇다고 일심동체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기왕 타고난 감기팔자 불편하지만 즐거운 동행을 하라고 하니 나도 더 이상은 할 말이 없다.

옛말에 다른 도망은 다 해도 팔자 도망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또한 성격이 팔자라는 말도 있지만 그만큼 한 사람이 사는 동안 겪어야하는 행복 보다는 고통의 순간을 지나기 위한 위로의 말이라고 짐작을 하게 된다. 언제나 다른 사람의 불행은 힘들게 보이지 않다가도 나에게 무슨 작은 일이라도 생기면 세상 고통을 혼자 떠맡은 것처럼 힘들어 한다. 그러나 관심을 갖고 자세히 살펴보면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의 행불행은 거의 비슷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날 하루 종일 채찍을 맞으며 등이 휘어질 정도로 무거운 짐을 나르고 저녁이 되어 주인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와 컴컴한 마구간에서 잠을 자야하는 말이 신세 한탄을 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늘 아랫목에서 주인의 사랑을 받으며 재롱을 떨고 있는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들으니 더욱더 자기의 신세가 처량했다. 그러나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이 있고 어려움도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은 모르는 체 말은 잠을 청하고 말에겐 눈을 뜨면 또 다시 저주받은 하루가 주어질 뿐이다.

해는 벌써 앞집 옥상 위에 설치된 태양열 집열판을 딛고 일어선다. 돈까스를 만들기 위해 고기를 손질하다 갑자기 웃음이 난다. 요즘 세상에 역적도 아니고 사는 동안 무슨 죄가 얼마나 크기에 죽어서도 이렇게 매를 맞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누구는 머리라고 빳빳한 돈을 한입 가득 물고 절까지 받으며 미소를 짓고 누구는 죽어서도 잘리고 에이고 두들겨 맞아야 하는지 돼지라고 다 같은 돼지가 아니구나 하는 실없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팔자는 시간문제라지만 돼지 팔자는 부위 문제라고 한다면 억지 설정일까?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우리의 마음가짐이 꽃자리에 머물게도 하고 가시밭길로 이끌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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