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오름
/이규배
정상은 눈이고 아래는 비인데
그대는 보지 못하나
슬픔이 빙점(氷點)에서
서늘한 눈보라치는 것을
아스팔트 한낮 여름 장대비처럼
미지근해지는 내 감각
저 나무들 사이에서 급속히 얼어붙는 것을
나는 보아야 하네
산다는 것도 죽는다는 것도
하늘 받쳐 눈 비 맞고 뿌리내려 산을 이루는
저 바람 속의 나무들 같은 사람
그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진눈깨비가 이제는 우리들 곁을 지나간 듯하다. 산정상에 오르다 보면 삶을 걸어온 뒤안길을 더 많이 생각나게 한다. 감성과 지성의 빠른 분열이란 그래서 삶과 죽음의 희비교차도 심하다. 자신을 잡을 수 없는 통제 불능에서 이탈증상을 겪을 때면 여행이란 시선을 돌려보기도 하고 독서에 빠지는 계획을 세운다. 사유를 묻고 성찰을 되새겨 보는 독서는 묘약이다. 섬세한 감성과 감정이입이 어려우면 삶의 활력도 그만큼 어려워진다, 누구나 상처를 안고 산다. 그 상처를 넘어서야 감동과 환희를 맛볼 수 있다. 시인은 산오름 정상에서 진눈깨비와 간헐적인 눈발과 비는 더 많은 사유를 담았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따스한 희망의 등불이기를 바란다.
/박병두 소설가·수원문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