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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파산에 이른 일본인, 가난한 사람이 아니었다

 

예금·연금·집·자식이 있지만…
日 200여만명 자립능력 상실
사회보장제도 취약성 드러내

한국 노인빈곤율 49.6% 달해
노인 자살, OECD국가중 1위
고령화 시대에 노후대책 시급


가족이 있고, 집이 있고, 착실하게 연금을 붓고, 직장에서 정년까지 일하면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살아간다. 하지만 오늘날 노인들의 실상은 우리에게 전혀 다른 미래를 예고한다.

일본 NHK 취재팀은 숨겨져 있던 노인들의 비참한 현실을 다큐멘터리로 방영하고, 방송에서 미처 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노인들의 일상을 책으로 펴냈다.

저마다 나름대로 노후를 준비해왔던 사람들이 노후파산의 위기에 몰려 있는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에서는 독거노인의 수만 600여만 명을 넘어섰고, 이 가운데 200여만 명은 의식주 모든 면에서 자립능력을 상실한 ‘노후파산’의 삶을 살고 있다.

놀라운 것은 노후파산에 이른 사람들은 특별히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노후파산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게 일어났다. 어느 정도의 예금이 있고, 자기 소유의 집이 있으며, 연금도 빠짐없이 부었고, 돌봐줄 자식이 있었지만 노후파산을 막지는 못했다.

저자들은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이 당연한 시대에 만들어진 제도를 재검토하지 않는 것이 노후파산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배우자를 잃거나, 몸이 아프거나, 부양해야 할 부모가 있거나, 자녀의 취업이 어려워져 부모의 연금에 기대 사는 등 어느 것 하나만 조금 어긋나도 노후파산에 빠져들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한국 역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9.6%로 OECD 국가 중 1위다.

노인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 또한 한 해에 3천500명가량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고, 노인 10명 중 7명은 가난, 질병, 고독 등 2가지 빈곤을 함께 경험하는 ‘다차원 빈곤층’에 빠졌다.

그뿐만 아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고령화가 매우 빨라 내년이면 전체 인구 중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14%를 넘고, 2026년이면 노인인구가 20.8%에 달해 초고령사회에 접어들 예정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부모의 노후자금으로 자식의 결혼비용이나 교육자금에 치중하기 때문에 노후에 여유자금이 턱없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아 빈곤이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보다 노후 정책이 잘 돼 있고 노인빈곤율이 19%인 일본의 상황보다도 우리의 상황이 더욱 좋지 않은 것이다. 장수가 악몽이 되는 시대는 이미 대한민국을 덮치고 있다.

유례없이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사회보장제도는 턱없이 부족한 대한민국 사회에 이 책은 유의미한 변화의 시발점이 돼 준다./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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