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꽃
/남태식
어떤 이에게 사랑은
벼랑 끝에 핀 꽃이다.
굳이 숨기지 않더라도
숨은 꽃이다.
사랑의 절정! 같은 말은 어울리지 않아라.
가슴 깊숙이 감춘 손은 오래 전에 자라기를 멈추었으니.
그리하여 어떤 이에게 사랑은
손닿을 수 없는 벼랑 끝의 영원히 손닿지 않는 꽃이다.
- 남태식 시집 ‘망상가들의 마을’에서
요즘 입에 달고 사는 사랑은 참 쉽기도 하다. 그 사랑이 진정한 사랑인지 껍데기 사랑인지 알 수도 없다. 사랑이라고 주장하니 그저 사랑인가보다 하고 바라보는 수밖에 없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이 손닿지 않는 벼랑 끝의 숨은 꽃이어 끝내 절정이 없는 헛 사랑이라면 그 사랑은 또 무슨 소용이 있으랴. 허황된 가치에 꽃을 매달며 자라지 않는 손들이 있어 사랑은 헛되이 미화되기도 하고 영원히 숨어있기도 한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