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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봄길의 추억

 

봄볕이 무척 좋다. 어제 장맛비처럼 내리던 봄비는 한밤중이 되어도 끝이 없는 듯 쉼 없이 내리어 오랜만에 참석하기로 한 동문회 산행을 걱정하게 만들었으나 잠이 깨자마자 내다본 오늘 아침 하늘은 어느새 맑은 하늘로 만들어져 있었다. 아침을 먹고 같은 동네 사는 친구와 모이기로 한 장소로 향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동문들이 와 있다. 반가운 얼굴들과 인사를 나누니 동창생들의 얼굴도 친근하게 다가왔다.

인사를 마치고 모두 모여서 간단한 몸 풀기와 주의 사항을 들은 후 산행을 시작했다. 산행 들머리에 들어서기 전, 계곡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가니 옛날 어린 시절 봄 소풍의 추억이 가득한 가마소 계곡이 발 아래로 내려다보인다. 감개무량한 마음과 함께 그 시절 모습들이 떠오르고 새삼 청산유수 같다는 세월의 흐름이 어제 비로 인해 부쩍 늘은 계곡 물처럼 빠르게 느껴졌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수도권이라 일컬어지는 가평군 설악면 방일리에 위치한 방일초등학교다. 지금은 경춘고속도로 덕분에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운행시간 30~40분대에 잠실역까지 순간 이동하듯 다니지만 고속도로 개통하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문난 오지 중에 오지였다. 오죽하면 우리 동네 와서 설악산이 어디에 있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가끔 있었는데 내가 어린 시절에야 말하면 무엇하랴. 그래도 조금 이야기 하면, 우리 학교는 봄이면 개울철쭉이 흐드러지다 못해 찐득찐득하게 핀 가마소 계곡으로 소풍을 전교생이 왔고 가을이면 지금은 유명산과 유명 계곡으로 더 알려진 가을 단풍이 절경을 이루는 입구지 계곡으로 갔다.

덧붙여 수학여행을 이야기 하면 이건 일종의 무용담이 된다. 학교를 출발해서 유명계곡을 따라 하염없이 따라 걸어 올라가다 용문산 어느 능선을 넘어 또다시 계곡을 어린걸음으로 힘겹게 걸어 내려가면 해질녘에 당도하는 곳이 나이가 천년이 넘은 은행나무로 유명한 용문사였다. 소풍이야 그렇다지만 수학여행은 여행이 아닌 고난의 행군이었다. 오지 중에 오지였고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었기에 돈을 들여 지역을 벗어나는 서울이나 그 외 지역으로의 수학여행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그 시절이 한없이 그립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어느 누구나 그렇겠지만 한평생 지나도 바래지지 않는 고향이라는 향취가 있어서이고 언제나 함께해준 친구들이 있어서일 것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오르는 산행이 오랜만에 하는 산행이라 그렇겠지만 나이는 속일 수 없는지 숨이 차오르고 따듯한 날씨 덕분에 비지땀이 흐른다. 동문이라 해도 일이년 선배 몇 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이 후배들이고 동급생 친구들은 네 명뿐이다. 그중 한 친구가 등산은 맑은 공기 마시고 이것저것 구경하며 자연을 보고 배우며 겸손하게 삶을 반추해보는 시간으로 만들어야지 후다닥 정상에 올라갔다 내려오기 바쁘면 그게 뭐냐 우리는 천천히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며 천천히 오르자 정상을 안 올라가면 어떠니 우리 나이에는 너무 무리하는 산행도 금물이야, 그 말이 어찌나 고마운지 조금 평평한 곳에서 쉬니 이야기보따리를 풀어간다. 오랜만에 만난 한 친구는 정이 그리웠는지 친구들을 연실 바라보며 그간에 척박했던 삶을 이야기 한다. 산다는 것이 누구나 그렇겠지만 참 힘들다. 그래도 산을 오르며 흘린 땀을 식혀주는 바람 같은 그런 노후가 우리를 기다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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