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소식
/이은유
모란꽃 필 때 놀러갈게
안부 물어볼 사이도 없이
모과가 모란으로 잘못 읽히고
꽃소식 듣기도 전에
자꾸 사람이 지고
꽃이 지네
짧은 날,
일찍 지는 꽃이 불안한 걸 보니
아무래도
사람이 그리워지는 모양이네
- 시집 ‘태양의 애인’ /시인동네·2015
약속을 할 때가 꽃피는 시절이라면 지키지 못한 약속을 후회할 땐 이미 꽃이 진 후일 것이다. 오래 미루어오던 약속을 끝내 지키지 못하고 아쉬워할 때 삶은 어느덧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멀리 왔음을 절감할 때가 있다. 약속의 말들이 희미해지고 모과가 모란으로 잘못 읽히고 어디선가 자꾸 사람이 지고 저문 봄날, 문득 일찍 지는 꽃들을 불안해하며 우리는 저마다 혼자서 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시인은 그 적막함을 예민하게 포착했을 것이다. /최기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