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
/유현아
날마다 똑같은 허기가 찾아와
난 땜질하러 돌아다녔지
연장은 필요치 않았지, 연장延長만 필요했지
단기 근로계약서에 서명만 하면 일사천리였어
15년 경력은 필요치 않았지,
완벽한 일처리도 원하지 않았어
난 땜질만 하면 되었어
6개월에 한 번씩, 3개월에 한 번씩
운 좋으면 10개월을 할 수도 있지
휴직한 그들의 인사고과는 두껍고 우수해졌어
점심시간이 되면
난 땜질을 잠시 쉬고 밥 먹으러 가지
하늘이 듬성듬성 땜질 되어 있고
저 구름도 땜장이처럼 위대해 보였어
늘 똑같은 허기가 찾아와
저길 봐
반 토막 난 해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거 보이지
- 유현아 시집 ‘아무나 회사원, 그밖에 여러분’중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공 농성이 반복되고 있다. 비정규직은 근로 방식, 근로 시간, 고용의 지속성 등에서 정식으로 채용되지 않은 직업이다. 하늘에도 땜질이 보이고 구름이 땜장이처럼 위대해 보일 만큼 땜질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그들은 싼 임금과 차별과 무시 늘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있다. 기업들은 정규직을 줄이고 사내 하청노동이나 비정규직의 노예노동을 무한정 착취하려 한다.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모르는 불안한 삶이 민생이나 가족의 행복을 지켜낼 수 있을까. 그들의 처절한 투쟁을 외면하지 말아야한다.
/김명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