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을 지웠다
/안상학
팔월 가기 전에 사직을 하고
구월 어느 날 나는 알람을 지웠다
마음과 같지 않은 곳에 나를 부린 세월의 나를 불러
내가 나에게 술 한 잔 받아주며
이제부턴 내가 나를 도와가며 살기로 다짐한다
오랜만에 참으로 오랜만에 내가 나의 어깨를 다독여준다
나답게, 마음같이 사려고 마음먹는데 참으로 오래 걸렸다
그동안 내 길을 두고 에돌아간다고 생각하며 지내온 그 길들이
결국 온전히 나로 살아가는 이 길로 안내해준 셈이다
오늘 나는 그런 나를 극진하게 모시고 술 취하기로 한다
비로소 한 이불을 쓰기로 다짐한다
빈한한 것과 외로운 것은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그런 내가 그런 나를 도와가며 살아갈 것이다
올겨울은 어둠 속이 따뜻할 것이다
이불 속이 다정할 것이다
- 반년 간 지 ‘리얼리스트 2014’
‘나답게, 마음같이 사려고 마음먹는데 참으로 오래 걸렸다.’ 이 구절이 혹시 오타가 아닐까 오래 들여다보았다. 시가 시인을 떠나면 독자의 몫이라 생각하고 살려고가 아니라 사려고를 제대로 보기로 했다. 황금만능의 사회에서 돈이 모든 것의 척도가 되는 상황을 생각하니 내가 나답게 살려면 나를 다시 거두어 들여야 했을 것이다. 이렇게 읽기도 한다. 그에도 돈이 들어야한다는 거꾸로 ‘빈한한 것과 외로운 것은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구절이 대변을 해준다. 사직을 하고 내가 나를 돕는 삶을 택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렇게 읽어본다. 시인의 이불 속이 지금쯤 따뜻해 졌을까? 궁금하다. /조길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