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린다 누군가
/금기웅
흔들린다 누군가 높은 다리 밑 난간에
위태롭게 걸어둔 외투
바람이 불자 잠시 멈추고
가늘게 떤다 외투의 두 팔
흔들린다
입김으로 뿌옇게 덮여진 안경 너머로
다시 두 발 쭉 뻗는다
요란한 자동자 경적음 들으며
젖은 생애 드러난다
결코 다시 돌아 갈 수 없는 땅
이쪽 돌아보며 손 흔들고 있다
- 금기웅 시집 ‘끝없는 생각들’ / 현대시시인선
높은 다리 밑 난간에 위태롭게 걸어둔 외투’를 보는 느낌이란? 하루가 멀게 비극적 사건이 보도되는 시대이다. 난간에 걸린 외투만 보아도 가슴이 덜컹한다. 누가 또 이 세상을 버린 것일까. 위태로운 곳의 외투는 위태로운 외투주인을 떠올린다. 평온한 삶은 그토록 요원했을까. 비극이 존재하기에 살아있는 공간인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곳보다야 낫지 않을까. ‘젖은 생애’ 끼리 서로 보듬고 위로하며 사는 날까지 살아보자. /이미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