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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총선과 공약 그리고 후보자

 

요새 가장 기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는, 이번 총선에서는 공약이 실종됐고, 총선이 한 달여 남았음에도 자신의 지역구 후보자도 모르는 상태가 연출되고 있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언론이 이런 문제의식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언론은 현상을 쫒기도 하지만 당위론과 현상을 비교해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을 주 임무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지나치게 당위론에 치우친 질문이라는 생각이다.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우선, 정책이 관심을 못 끈다는 점부터 말하자면 이렇다. 당위론적으로 보면, 선거는 정책 선거가 돼야 한다. 하지만 예를 들어 우리의 경우 무상급식이나, 이번 주 총선을 치른 독일의 난민 정책처럼, 유권자 본인이 직접 피부로 절실하게 느끼는 문제가 아니라면, 총선에서 중앙당 차원의 정책에 관심을 보이기란 매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물론 대선의 경우 다르다. 대선의 경우, 대권 후보들이 워낙 잘 알려진 사람들이어서 일반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뿐 아니라, 전국 선거이기에 중앙당에서 발표하는 정책에도 관심을 가진다. 그래서 대선의 경우, 지지 정당 후보와는 다른 후보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총선은 다르다. 자신의 지역구 의원이 누구인지 모르는 경우도 허다한 상황에서, 총선에서 개별 총선 후보자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들이 속한 정당의 총선 공약과의 연계를 통해서 투표한다는 것은 정말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얘기다. 그래서 총선의 경우 자신의 지지 정당 후보를 그냥 찍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서 총선의 경우, 정당 지지율이 총선 결과와 엇비슷하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총선의 결과를 결정짓는 또 하나의 요소는 사회적 분위기다. 즉, 지금 사회가 보수 성향이 강화되는 추세냐 아니면, 진보 성향이 강화되는 추세냐가 총선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정당의 지지율 그리고 우리나라 선거 때마다 나오는 돌발변수가 총선 승리를 가늠케 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돌발변수는 선거프레임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예를 들어 북한의 도발이 이어질 경우, 여당은 안보 프레임을 들고 나와야 유리하고, 만일 경제적으로 큰 이슈가 터졌을 때는 야당이 유리한 프레임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더민주의 김종인 대표가 선거를 경제 프레임으로 몰고 가려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더민주가 현 정권의 안보 무능을 지적하거나, 대북 정책에 대해 얘기하면 할수록 상대에게 유리한 프레임을 만들어 주는 꼴이 된다. 여기서 지적할 점은, 선거에서 프레임은 중요하지만, 이 프레임은 공약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 지역 공약은 나름 약발이 먹힐 때가 있다는 점이다. 해당 지역의 숙원 사업이 있거나, 지역 발전이 정체됐다고 생각하는 주민이 많으면, 지역 차원의 공약은 먹힐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런 지역 공약은 지역 후보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지, 중앙당 차원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총선 때, 중앙 차원의 공약은 지금이나 과거나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고, 정당 차원에서도 실현 가능성까지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공약을 만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각 지역의 후보자들이 내건 지역 차원의 공약을, 중앙당이 어떻게 현실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지역차원에서의 공약이 후보자들의 관심을 끌게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구의 후보자가 빨리 결정돼야 한다. 그래서 후보자 선정이 늦을수록, 유권자들은 더욱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어쨌든 이번 선거에서는 제발 좀 학연이나 혈연 혹은 지연에 의해서 투표하는 행위만은 사라졌으면 좋겠다. 자신의 지지 정당 후보를 찍는 건 좋은데, 이런 연줄에 의해 후보를 선택한다면 우리 정치를 후퇴시키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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