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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오늘은 개천절이다

오늘은 개천절이다

                                 /고종목



바늘눈 구멍을 내 몸이 통과한다



쪽가위로 톡 자른 실 끝을

어리짐작 눈대중에 맞춘 바늘구멍에 들이민다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기도 한다

이제는 돋보기를 써도 구멍이 또렷이 보이지 않는다

실 끝에 침을 살짝 발라 다시 꼿꼿이 세우고

구멍 근처에다 어리짐작 비벼대면

참 신기하게도 쏘-옥 들어가는 그 느낌이 떨려온다

바늘밥 한 오십년 먹은 것이 헛먹은 게 아니야



오늘은 개천절이다

단번에 하늘로 들어간다 쏘ㅡ옥

- 고종목 시집 ‘바늘의 언어’

 

 

 

실이 바늘눈 구멍을 통과하는 것은 그저 단순한 손끝 행위가 아니다. 귀가 솟고 눈이 솟고 마음이 솟고 온몸 자리한 세포들이 일시에 한 덩어리로 솟는 그 미세한 감각의 일이다. 시인은 바늘밥을 먹은 지 오십 년이 넘었다. 평생 한길을 걸어온 장인이자 재봉 일을 소재로 시를 썼다. 모든 예술이 궁극적으로 하나로 통하듯 천을 캔버스 삼아 붓 대신 바늘로 그림을 그리며 채색을 하는 시인은 이제는 어리짐작만으로도 바늘구멍에 실을 꿴다. 돋보기를 써도 구멍이 보이지 않아 여러 번 실패하기도 하지만 참 신기하게도 어리짐작 구멍 근처에 실 끝을 다시 세워 비벼대면 그 실은 쏘옥 구멍을 찾아 들어간다. 또한,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들어가는 날은 마치 하늘이 열리는 듯하다. 화르르 내 안에 불이 켜지며 온몸이 하늘로 들어가는 느낌, 그 순간의 떨림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싸고도는 환희와 같아 심혈을 기울인 그동안의 날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하는 것이다. /서정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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