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숙한 이빨
/정끝별
낚싯바늘을 놓지 않는 낚시꾼에게
줄줄이 끌려나오면서도
꽉 다문 이빨을 열지 않는
한번 문 낚싯바늘을 놓지 않는 작은 상어
한번 문 작은 상어를 놓지 않는 큰 상어
끌려나와서도 부릅뜬 눈을 닫지 않는
큰 상어가 작은 상어를 문 채
작은 상어가 낚싯바늘은 문 채
낚시꾼이 낚싯바늘을 문 채
이빨 없는 입이 이빨 빠진 입이 될 때까지
이빨 없는 입이 입 없는 이빨이 될 때까지
서홉 밥 칠홉 국에 벌린 입들
막무가내의 이빨들
신석기 고인돌처럼
대책없이 솟아 있는 아버지의
누런 대문니 하나
- 정끝별시집 ‘와락/창작과 비평’
밑도 끝도 없이 우리는 헤엄쳐 왔으리라 수만 년을 이어 보이지 않는 줄을 잡고서 서로 물어뜯으며 밥 한 끼를 위해 국 한 그릇을 위해 이빨 없는 입이 이빨 빠진 입이 될 때까지 이빨 없는 입이 입 없는 이빨이 될 때까지 낚시꾼조차도 제가 물고 있는 것이 바늘인줄 모르고 세상은 바닥 모를 사투의 연속이다. 막무가내의 이빨들이 대책 없이 멍하니 벌린 입엔 누런 대문니가 하나 휑하니 남아있으리라 모든 아버지들의 없는 입 속에.
/조길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