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알고 지낸 사찰 주지 스님에게 세금을 감면해 주겠다고 속여 억대 금품을 받아 가로챈 세무공무원 출신 불교 신도가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검 특수부(김형근 부장검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세무사 A(60)씨와 인천 모 사찰 전 총무 B(53)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은 2014년 8∼9월 인천의 한 사찰 주지 스님 C(59)씨로부터 사찰 부지 매각에 따른 양도소득세 감면 대가로 1억3천만원을 받아 가로챈 뒤 나눠 가진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사찰 총무를 맡았던 B씨는 주지 스님이 1천123㎡(340평)인 사찰 부지를 매각한 뒤 양도소득세로 8억여원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을 고민하자 "아는 세무 공무원에게 부탁해 세금을 깎아주겠다"며 '작업비'를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지난해 3월 결손처분을 받아 양도소득세 수억원을 아예 내지 않도록 해주겠다며 주지 스님으로부터 재차 5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았다.
납세 의무자의 재산이 없어야 가능한 결손처분을 위해 A씨는 주지스님에게 계좌에 든 돈을 모두 출금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1994년부터 C씨의 사찰에서 총무로 일한 B씨는 주지 스님으로부터 받은 돈 일부를 A씨 몰래 중간에서 가로채기도 했다.
이들은 범행을 숨기기 위해 1억8천만원 모두 현금 5만원권으로 받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1999년 국세청에서 퇴직해 세무사로 전직한 A씨는 C씨의 아버지가 주지 스님으로 있을 당시인 1980년대 중반부터 이 사찰에 다녔다.
C씨는 1987년부터 이 절에서 주지 스님을 지내다가 2014년 3월께 25억4천만원을 받고 사찰 부지를 빌라 임대업자에게 매각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총무 퇴직금 문제로 B씨와 다툰 뒤 "탈세 사실을 외부에 알리겠다"는 협박을 받자 세무당국에 자진 신고했다.
검찰 관계자는 "A씨는 30년 가까이 알고 지낸 주지 스님을 속여 1억원이 넘는 돈을 받아 가로챘다"며 "알선수재죄의 경우 돈을 준 사람은 처벌하지 못해 주지 스님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A씨의 지시에 따라 결손 처분을 받기 위해 계좌를 세탁하고 탈세를 시도 한 행위와 관련해서는 국세청의 고발이 있으면 처벌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A씨가 주지스님의 세금 감면을 위해 실제로 세무 공무원에게 청탁하거나 금품을 건넨는지 등을 조사하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