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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중국이 아직 선진국이 아닌 이유

 

중국은 선진국인가? 경제규모로는 이미 세계 2위의 대국이 되었다. 인구가 많아서 1인당 GDP는 70위권이지만 인구의 10%만 친다 해도 1억4천만의 대국이다. 하지만 우리가 중국이 선진국이라고 선뜻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도 경제규모로는 세계 10위권에 근접하고, 작년 수출은 세계 6위이다. 1인당 GDP도 일본의 85%까지 근접했다. 그런데도 우리가 과연 선진국인가 하는 질문에 당연히 그렇다고 하기 어렵다.

물론 선진국 여부에는 여러 기준이 있을 수 있지만 여기서 생각해 보려는 것은 법치국가 여부이다. 모든 법치국가가 선진국은 아닐 수 있지만 모든 선진국은 예외 없이 법치국가이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집권 이후 줄곧 법치를 강조했다고 언론에 크게 보도된 바 있다. 필자가 중국에 갔을 때 중국 교수들에게 물어보았다.

“지금까지는 법치국가가 아니었다면 무엇이 국가생활의 기준이었나요?”

곧바로 ‘공산당의 지도’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중에 확인한 사실이지만 시진핑 주석은, 법치를 강조한다고 해도 법치주의를 근거로 공산당의 초월적 지위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중국에서 뇌물로 모은 재산이 수천억 원이라든지, 집 100채를 뇌물로 받았다는 등 고위층의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조사하는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 즉 국가청렴도에서 중국은 중하위권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상위권이 아니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는 27위로 하위권이다. 그 원인은 법이 미흡하거나 있더라도 법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법에 따라 움직이는 나라가 선진국

법이 아니라면 결국 국가는 인간에 의하여 움직인다는 말인데, 인간의 마음이란 언제 변할지 자기 자신도 알 수 없는 것이다. 담당공무원이 뭐라고 할지 또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까 뇌물이 필요하게 된다. 따라서 뇌물은 비리 공직자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국가와 사회의 구조적 문제이다.

모든 일이 법적 기준에 따라 움직일 때 불평등의 문제는 제기되지 않는다. 그러나 법대로 되지 않는다면 불이익을 당하는 당사자는 승복하기 어렵다. 요즘 각 정당의 공천과정에서 컷오프 된 사람들이 승복하지 않는 것도 탈락기준을 명확히 사전에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당헌·당규에는 컷오프 관련규정이 있지만 구체적 기준이 없이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각 계파는 공천관리위원회를 장악하는 것을 권력장악의 당면 목표로 삼는 것이다.

이른 바 선진국들은 정치적 절차가 잘 마련되어 있다.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입안하고 실천하여 국민에게 잘 보여야 선택을 받고 집권당이 될 수 있는, 그런 절차 속에서 공개적으로 경쟁한다. 우리처럼 공천과정에서 당의 정체성에 안 맞는다거나 단지 정무적 판단이라는 기준으로 컷오프된다면 후보자에게는 정책을 고민할 기회 자체가 없다.



국민의 뜻을 따라가는 나라가 선진국

법을 믿고 행동할 수 있고, 당연히 법에 승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 법치주의다. 따라서 법적 안정성을 가져온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용이 명확해야 하고, 소급적용되지 말아야 하고, 실제로 행해져야 하고, 쉽게 자주 바뀌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교과서적 설명이다.

우리 정치가 늘 혼란스럽고 싸움만 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은 규정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틀이 없이 아무 내용도 없는 싸움으로 보인다. 하루 앞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무턱대고 늘 투쟁하고 있어야 생존한다. 그래서 중국처럼 우리나라가 아직 선진국이라고 선뜻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적어도 정치와 공공 분야에서는 그렇다.

이제 그런 정치투쟁은 예측가능한 법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의 뜻을 살피는 경쟁이 되어야 한다. 어떤 문제를 결정할 때 단순히 누구 편의 주장인가가 아니라 왜 그래야만 하는지, 진정 국민이 원하는 것인지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페이스북 창시자인 저커버그가 자신에게 보고할 때 파워포인트를 쓰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내용 없이 형식만 가지고 어필하는 것을 막는 취지라고 한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