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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폭설에도 내 집 무너지지 않았다

폭설에도 내 집 무너지지 않았다

/송태웅

폭설에 내 집 무너지지 않을까 싶어 바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온 천지 흰 눈이 내린 곳마다 작은 집들은 힘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만

백두대간 금강송으로 세운 내 집 그 고대광실은 여전히 건재했습니다

폭설에도 앙버티는 내 집은 은성하던 시절을 수십 년이나 지나서도

여전히 그때의 얼굴을 하고 있는 여가수 같았습니다

가벼운 영혼들은 대개 가여운 영혼들이었습니다

나의 집도 이 세상에서 가장 가여운 영혼들에게 얻어맞고 무너져야 했습니다

그때서야 나도 가까운 호수에 쳐놓은 그물을 걷으러 황야에 설 수 있을 테니까요



- 시집 ‘파랑 도는 파란’(b판시선·2015)에서

 

 

 

폭설이 내린 다음날 세상은 어떤가요. 날선 지붕도 첨탑도 나무도 길 위의 모든 풍경이 순하디 순한 모습입니다. 하늘로 뻗쳐올랐던 모든 욕망과 헛됨을 잠재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폭설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새 바람을 품게 되었습니다. ‘가여운 영혼’ 앞에 설복하기를 다짐한 것입니다. 어쩌면 백두대간 깊은 산골로 도망치듯 옮겨왔을 때는 크나큰 절망이 둘러쳐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가벼운 영혼’이 되어 바람처럼 떠돌다 왔을 것이 분명합니다. 가까스로 겨우 ‘호수에 쳐놓은 그물’ 속에 무엇이 잡혔을지 모르지만 기꺼운 얼굴로 이제는 허허벌판에 설 수 있습니다. 폭설이 내리더라도 그를 무너뜨리지는 못할 겁니다. 마음속에 가여운 영혼을 품었기 때문입니다.

/이민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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