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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개띠 며느리

 

음력으로 이월 열이틀이 아버지 생신이다. 올해로 팔십 다섯 번째로, 월요일이라 하루 앞당겨 일요일 저녁에 온 가족이 모였다. 멀리 중동지역 왕립병원에 파견근무로 참석 못한 막내 동생 가족과 사정이 있어 큰아들 내외가 참석을 못해 빈자리가 있기는 했으나 설 쇠고 한달여 만에 대가족이 모이니 집안에 화기가 돌고 아이들 재잘거림이 사람 사는 집 같다. 가족 모임을 밖에서 하는 것보다 집에서 치루는 것을 좋아하는 아내는 어머니와 함께 온종일 음식 준비에 분주했을 터인데 싫은 기색 없는 모습이 고맙다.

한껏 정성과 멋을 부린 집사람의 요리에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를 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더구나 오늘은 특별한 메뉴가 두 가지나 등장했다. 직접 쑨 도토리묵으로 속을 넣고 백김치로 말아 썰어 접시에 담긴 정성이 참 많이 들어간 음식이라 눈이 먼저 맛을 느낀다. 지난달 친구들 모임에서 먹어본 치즈닭갈비를 응용한 듯 한 닭가슴살 요리는 이름은 모르겠지만 제법 그럴싸한 맛으로 밥반찬은 물론 소주나 막걸리 안주로도 제격이다 싶어 이걸 언제 또 누구에게 맛을 보여주지 하는 마음이 동한다. 4월 첫째 토요일 초등학교 친구들과 갈 여행이 생각이 났다. 그때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려면 오늘 저녁에 잊지 말고 미리 부탁을 해야겠다.

새 신부인 작은 며느리 이야기를 하려고 꺼낸 얘기가 뜻하지 않은 쪽으로 흘러가니 말머리를 돌려야겠다. 큰 며느리 잘 들였다고 주변에 부러움을 사며 뿌듯해 하는 아내는 가족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난 뒤 어머니와 이야기가 이어진다. 옆에서 듣자하니 작은 며느리 이야기이다. 작은 며느리가 요즘 아이들 같지 않고 야무진 살림꾼 같다며 작은애들도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며 들떠있는 목소리다. 잠자코 듣고만 있다 슬그머니 고부간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내의 대답인즉 이랬다. 요즘 젊은 사람들 시댁에서 뭘 주면 시답지 않게 여기고 들고 다니는 거 좋아하지 않는데, 새색시가 오히려 어머니, 어머니하며 이것저것 밑반찬에 김장 김치까지 싸달라고 하니 얼마나 예쁘고 고마운지 새록새록 정이 간다고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평소에 아들이 좋아하는 것이라 싸주려 해도 그런 거 안 먹는다고 한 마디로 거절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고부간에 갈등요인이 되고 맘고생을 하게 되고 맘에 맞지 않는 며느리 이야기가 넘쳐나고 있음을 생각하면 참으로 다행이라 하겠다.

오랜 기간 혼자 생활하던 자식이 밥은 먹고 다니나 직장은 잘 다니나 장가는 언제 가려나 등등 걱정 없는 날이 없었는데 이런저런 걱정을 한 번에 덜어준 며느리가 고맙기만 한데 거기다 살갑기까지 하니 예쁘다고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도 덩달아 장단을 맞추는데 옆에서 듣고 계시던 어머니가 한 말씀하신다. “애야, 손주며느리 둘이 개띠고 너도 개띠지? 개띠 며느리 셋이면 집안이 잘 된단다. 우리 집안은 이제 아무 걱정거리가 없다 하신다.”

아들만 둘뿐인 아내는 평소부터 새사람이 잘 들어와야 한다고 주문처럼 말하며 며느리 잘 들인 친구들을 무척 부러워했다. 그런데 최근 대운이 들었는지 격년으로 며느리 둘을 보았다. 그것도 시어머니를 꼭 빼닮은 아내가 자기를 닮은 며느리를 본 것 같아 고부 갈등을 모르는 전통이 될 거라는 환상에 우리 집 개띠 며느리들이 펼쳐갈 앞날이 더욱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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