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밥
/김경윤
지난여름 미황사에 며칠 묵을 땝니다
마침 멀리 서울에서 왔다는 손님이 있어
스님이 내려주는 차茶를 마시고 있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글쎄, 모기 한 마리가
스님의 손등에 앉더라고요
잠시 생각더니 스님은
살며시 문을 열고 나가
모기를 방생하고 들어와
아무렇지 않게 차를 마시는데
한참 후 모기란 놈이
내 발등에도 날아와 앉는 겁니다
생각 같아선 손바닥으로 탁! 쳐서
그놈을 잡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시 쓴다고 절간에 앉아 있는 처지에
차마 살생을 할 수가 없어 나는
꼼짝없이 모기 밥이 되었지요
모기에게 피를 주고서야
공양이라는 말, 몸으로 새겼지요
- 김경윤 시집 ‘바람의 사원’
누구나 한두 번쯤 모기에게 안 물려본 이는 없을 것이다. 물린 곳을 긁어대면 더 가려워지는 그 가려움증이 자판 위의 손등에까지 느껴진다. 산중의 모기는 더 독하지만 병을 옮기지 않는 모기라 다행이다. 스님의 방생과 꼼짝없이 모기 밥이 되고 있는 시인의 몸 공양. 모기 한 마리의 목숨까지 소중히 생각하는 실천이 요구된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들은 함께 공존하기를 원할 것이다. 인간이 인간만을 위해 이 지구의 생태계를 파괴한다면, 모기떼가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바이러스를 몰고와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할 수 있다. 인간은 인간이 그토록 나약한 존재인 것을 모른다. 모기 밥인 줄을 모른다. /김명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