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에 말을 묻다
/신용목
찔레가시에 찔려도 찔레꽃 한 송이 피지 않는다, 몸은
묵은 장을 가둔 단지처럼
오래 마음을 가두어 강 앞에 서게 한다
흐르지 마라
해가 저문다
석양이 또 유약을 발라 금빛 강물에 마음을 굽는다
던져진 어둠 한 단에 손을 묶여
뒷걸음질 호송되는 산과 나무들,
멀쩡히 멎은 몸은 금 간 흐름이었다
물 건너 찔레꽃 하얀 꽃잎이 소복처럼 저녁을 다 울어도
목쉰 줄배 한 척 띄우지 못한다
상처들로 마음이 캄캄할 때, 강에게 가서 속을 내 보일 때가 있겠지요. 그러면 강도 할 말이 있다는 듯 가만 가만 출렁여주곤 하겠지요. 그때 강이 같이 흘러가다 같이 멈추다 같이 깊어지는 것을 느끼겠지요. 울고 있는 눈과 귀를 알아차리겠지요. 끝내 유약을 바른 강물에 상처 난 마음을 굽고 있네요. 기꺼이 물러서주는 나무들이 있는 강이네요. 오래 흘러왔어도, 오래 깊어지는데도 그 강에 시인이 아직 띄우지 못한 배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띄워 보내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요? 당신일까요? 혹은 너머의 꿈들일까요?
/김유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