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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

/조현석

누구일까, 이곳에 숨가쁜 토악질

해대고 가는 사람은

또 누구일까, 이곳에 앉아

지친 마음 풀어놓고 가는 그 사람은



사이드카를 몰던 그가

긴 장화 벗고 유행가 한 곡 부르다 가고,

높다란 담벽의 건물을 멀거니 지키던 그가

긴 담배 한 대 피우다 가래침 뱉고 가고,

가방 속의 화염병 어쩌지 못하는 그가

망설이다 내팽개치고 사라지는



누구나 오고 있는 곳이라면

와서 굵은 종지부가 아닌

마음 넉넉한 휴지부를 마련하는

어둠 한 켠이라면



-조현석 시집 ‘에드바르트 뭉크의 꿈꾸는 겨울 스케치’

 

 

 

눈부신 빛이 머리 위를 지나간다. 날카롭다. 빛을 폭력이라고 한다면 그늘은 비폭력의 세계일 것이다. 억압하고 억압당하는 구조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가방 속에 숨긴 화염병을 내팽개치고 사라질 때 그늘은 얼마나 망설였을 것인가. 지친 마음을 풀어놓고 누군가는 담배 한 대를 피고, 그 그늘에서 또 누군가는 절망을 토악질하며 내장을 비워냈다. 죄를 짓지 않아도 공포와 두려움에 떨게 하는 사이드카가 긴 장화를 벗고 노래할 수 있다면, 어둠 한 켠이 우리들의 넉넉한 휴지부라면, 기꺼이 한 평 그늘인 내 몸을 휴식의 세계에 내놓을 꿈을 꿔보는 것이다.

/김명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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