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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우리 동네 꽃길

 

새봄이 오니 온갖 꽃들이 만발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한다. 그중에도 벚꽃은 개화시기가 일기 예보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을 정도이다. 언제부터인가 가로수로 벚나무가 대량으로 심어지고 전국적으로 유명한 벚꽃길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관광 상품이 되고 있다. 내가 사는 가평도 예외는 아닌 듯 벚꽃으로 유명해지는 도로들이 생겨나고 있다. 신청평대교를 건너 우회전 하면 바로 시작되는 벚나무 길은 오래전부터 유명세를 타는 삼회리 벚꽃길이다. 한편 상천리 벚꽃길은 그리 길지 않아도 고목으로 화사함과 풍성함이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운 장관을 연출한다. 또한 산책하기 좋은 코스로 조종천을 끼고 조성된 현리 조종천 산책길이 떠오른다.

어제는 퇴근을 해서 집에 들어가니 어머니와 이모를 모시고 삼회리 벚꽃길을 다녀온 아내가 들뜬 기분으로 말한다. 벚꽃이 만발해서 좋은 구경을 했다며 그런데 꼭 개구리가 알을 낳아놓은 것 같다고 하기에 그게 무슨 소린지 생각을 해도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무슨 뜻인가 물으니 하얀 벚꽃이 가운데 까만 점이 있어 그렇게 보인단다. 꽃구경을 하고 오랬더니 제대로 보고 왔는지 개구리 알 이야기를 연거푸 하는 것을 보며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동안 벚꽃을 보면서도 하얗고 화사하게 예쁘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그런 생각은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다음날 아침 일찍 삼회리 벚꽃길을 찾아갔다.

신청평대교를 건너 우회전을 하니 능수버들 같이 가지가 늘어진 벚꽃이 사열을 하며 맞이하듯 장관을 이룬다. 벚나무도 개량을 해서 그런지 종이 여러 종류인 듯 하다. 흰색이 아닌 연분홍 꽃도 가끔 눈에 띤다. 큰 건물을 짓고 있는 앞을 지나 커브를 돌고나면 본격적인 삼회리 마을이 나오는데 벚꽃 길은 10㎞ 정도로 사뭇 길다. 만발한 벚꽃은 이른 아침 햇살을 받으니 더욱 눈부시게 아름답고 풍성했다. 혹시라도 수일 내 비가 내리면 꽃이 져서 못 볼 것 같아 내친걸음에 쭉 달려가며 보았다. 차창을 내리면 더욱 선명하고 아름다웠다. 유리창에 썬팅이 꽃구경에는 별로 좋은 구실을 못하는 듯 하다. 꽃구경을 열심히 하면서 개구리 알을 생각 했다. 그래 “개구리 알, 개구리 알이라 했지” 개구리 알을 연상하며 바라보니 그렇게도 보인다. 하얀 벚꽃에 꽃술이 검은 점인 듯 보이니 그 말에 공감이 간다. 꽃송이마다 꽃술이 까만 점인 듯 보이고 뭉게구름 같은 꽃무리 속에 수없이 찍힌 작은 점은 마치 개구리가 알을 풀어놓은 듯 했다.

군계를 넘지 않고 차를 돌려 돌아오는 길에도 탄성이 나올만한 아름다움은 계속 되었고 북한강 건너 바라보이는 대성리 쪽에도 만발한 벚꽃은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벚꽃 구경을 실컷 하고 나니 왠지 진달래가 궁금해졌다. 그래 나선 길이니 보고가자. 청평에서 설악으로 들어가는 길인 37번 국도는 왼쪽은 청평 호반이고 오른쪽은 절개지가 많고 절벽을 이루며 진달래가 장관을 이룬다. 군데군데 절벽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진달래는 아름다움을 넘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에 절규로도 보이고 희망의 손짓으로도 보이고 뭔가 숙제를 던져주는 것도 같고 어린 시절 친구도 생각하게 한다. 누군가 우리 동네로 꽃구경을 오신다면 벚꽃구경 하시고난 뒤 꼭 이 길을 지나기를 권하고 싶다. 이 길은 꽃길이라기보다 한편의 시라고 표현하고 싶은 길이다. 아니 이미 오래전부터 이 길은 아름다운 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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