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편하고 쉬워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제 작품을 편하고 아름다운 조각작품으로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무에 빽빽이 박힌 못이 은하수가 흐르는 밤 풍경으로 변하고, 나무를 엮어 만든 공은 단면의 촘촘한 나이테가 훌륭한 장식으로 활용된다. 조각가 이재효의 작품은 친근한 소재들로 이뤄졌지만 그것들을 집적하는 과정을 통해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예술품으로 승화된다.
투박한 소재를 섬세하고 아름답게 활용하는 이재효 작가의 작업 방식은 사물이 가진 특징을 파악하고, 활용하는 타고난 감각에서 비롯됐다.
그는 “나무의 구부러지는 성질, 단면의 색, 껍질의 촉감 등 사물을 봤을 때 어떤 특징점이 있는지 빠르게 파악하는 편이다. 특히 자연물은 하나도 같은 모양이 없고 각각의 개성을 지니고 있어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작업하는 데 좋은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대학교 재학 당시 아파트 철거 현장에서 주운 돌을 가지고 했던 돌 작품을 시작으로 이재효 작가는 나무로 만든 공, 녹슨 쇠로 만든 조형물 등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작품의 소재로 사용한다.
“사물을 볼 때 어떻게 하면 훌륭한 모양을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한다. 돌, 나무, 못 등 작품의 소재는 예전과 변함없지만 좀 더 크기가 커지고 견고한 작업을 통해 더 완성도 높은 작품들을 보여드리려고 한다.”
이재효 작가는 6년전 양평으로 내려와 지금의 작업실을 지었고 건물 1, 2 층을 전시실로 꾸며 누구든 둘러볼 수 있도록 꾸몄다.
그는 “특정한 계층이 향유하는 작품이 아닌 보편적이고 다방면으로 알려질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작업장을 공개해 일반인들이 쉽게 제 작품을 보고 갈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은 어렵지 않다. 사회적 메시지나 이야기를 배제, 남녀노소, 인종을 초월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그는 “예술작품은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껴야 하는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조각전시는 거리감을 두고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 조각작품을 볼 때는 ‘이 작품엔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고민없이 편하게 보고 감동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재효 작가의 자연주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2016 동시대미감’ 전시는 다음달 4일부터 7월 3일까지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에서 열린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