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 방송의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종영 후까지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이어진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동시에 방영되어 여러 가지 화제를 낳았다. 남녀 주인공의 인기는 물론 그들의 말투를 흉내내기도 하고 의상이나 소품도 매진이라는 즐거운 비명이 들린다. 반면 중국에서는 나쁜 드라마라고 하여 시청하지 않도록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너무 오랜 시간 집중해서 본 결과 눈 건강을 해치고 시력이 떨어지는 일도 있었지만 배우자에게 주인공 닮지 않았다고 트집을 하는 웃지 못 할 일이 있었다고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하게 한다. 드라마 한 편으로 수십억 원의 경제효과를 거두었고 국민의 안녕과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 용기있고 잘생기기까지 한 남자들과 여주인공 또한 생명을 지키는 숭고한 일을 하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에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물론 드라마라는 특성상 과장과 허구를 통한 뻔한 재미가 첨가되는 서비스는 시청자가 감안해야 하는 몫이었다.
사람들이 모이면 곧잘 화제가 되는 드라마 얘기 끝에 우리도 모두 누군가의 후예라는 말이 나왔다. 우문현답이 잇따른다. 모든 여자는 공주의 후예라는, 하기야 증세의 정도는 차이가 있을망정 공주병은 여자들의 고질병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 집 근처에 노국공주의 영정을 모신 사당이 있다. 잘 알고 있듯이 노국공주는 고려 공민왕의 배후이다. 원나라에서 공민왕과 결혼을 하고 함께 고려로 돌아와 원나라를 배척하는 남편의 뜻을 따라 조국을 버렸다. 공민왕의 사랑을 받으며 살았으나 두 사람 사이에는 아이가 없었다. 도타운 부부애로도 메울 수 없는 허전함과 왕위를 이을 후계를 생산하고 싶은 마음에 아이를 갖게 해달라고 하늘에 빌고 또 빌었다. 마침내 그토록 원하던 아이를 갖게 되었으나 난산으로 숨을 거둔 한 많은 여인이다. 나중에 연산군은 자신의 모후인 폐비 윤씨의 얼굴이 노국공주를 닮았다고 해서 공주의 영정을 모아들였다고 했다는데 집 근처에 그런 중요한 역사적 유물이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기도 하다.
그밖에도 우리의 역사 속에 수많은 공주가 등장한다. 사랑을 위해 자명고를 찢은 낙랑공주와 적국의 남자와의 사랑으로 고국을 떠난 선화공주도 사랑을 얻기까지는 성공했으나 모두가 안타까운 최후를 맞았다. 게다가 공주라고 해서 모두가 궁에서 호화롭게 살았던 것도 아니었다. 왕실로부터 버림을 받아 쫓겨나야 했던 공주들도 있다. 기다리던 아들이 아닌 딸이라는 이유로 낳자마자 버려졌으나 중병에 걸린 부모의 약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효녀로 나중에 무조신(巫祖神)이 된 바리데기 설화의 바리공주도 있고 울보였던 까닭에 놀림감이 되어 바보를 천생배필로 알고 고집을 피워 궁에서 쫓겨나고 나뭇짐을 지고 오는 온달을 만나 문 앞에서 밤을 새운 끝에 결혼을 하고 나중에 장군으로 만들어 낸 평강공주도 있다. 모두가 다 평범한 인물도 아니지만 결코 닮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냥 필요할 때마다 적당할 만큼의 공주병 증세를 살짝살짝 내비치면서 사는 쪽이 몸도 마음도 편할 것 같다. 바람이 불면 나붓이 내려앉은 꽃잎을 보며 가는 봄을 아쉽게 바라보는 것도 공주의 후예로서 누리는 행복이면 역사에 등장하는 공주들이 오히려 부럽다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