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구석본
누군가가
그어놓은 점선에 갇혀
쇳물처럼
안으로만 안으로만 끓어오르던
그리움이
한 생이 다하여 저무는 순간,
점선 바깥으로
왈칵 쏟아져
구천九天으로 흘러가고 있다.
둥둥, 한 사람이 붉은 그리움 속으로 천천히 떠내려가고 있다.
- 구석본 시집 ‘추억론’에서
사랑도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마음먹은 대로 되는 사랑이라면 그 아름다움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무엇인가의 강력한 견제와 통제가 있는 사랑이 더 절절하고 뜨겁다. 더욱이 끝내 이루지 못한 사랑이라면 그 사랑의 감정은 절정을 이룰 수 있다. 사랑하다가 사랑하다가 이루지 못한 사랑은 생이 다하는 순간 황홀한 불길로 활짝 타오르다가 마침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사랑이 그렇고, 생명 또한 그렇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