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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도 신이 내린 축복이라고 했던가. 망각이 살면서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치유가 되는지는 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어려운 일을 겪었을 당시에는 버티고 서 있을 힘조차 없을 만큼 괴롭고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고통도 조금씩 옅어지고 다시 희망을 찾게 된다.

건망증 때문에 실수하거나 난처한 상황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지천명의 세월을 넘기면서 부쩍 기억력이 떨어지고 수시로 이것저것 찾아 헤맨다. 장롱 문을 열고서서 무얼 찾으려 했는지 망설이고 냉장고를 열고도 무얼 꺼내려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며칠 전에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었다. 딸애가 운전면허증 갱신할 때가 되었다며 엄마는 언제 하느냐고 묻는다. 까마득한 이야기다.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면허증을 갱신해야 한다는 생각조차도 없이 살았다. 운전면허증은 딸 아이 여섯살 때 땄고 갱신은 한 번 정도 한 것 같다고 했더니 1년이 지나면 면허증이 취소된다는 말에 정신을 번쩍 들었다.

남편도 면허증 재발급 받은 기억이 없어 서둘러 챙겨보니 아뿔싸 2014년 8월까지다. 그렇다면 무면허로 차를 끌고 다녔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1년이 지나면 취소되고 5년 안에는 신체검사와 이론 시험만 보면 되지만 5년이 지나면 완전 취소된다고 한다.

남편은 5년이 안되었으니 신체검사와 이론시험만 보면 된다지만 늘 운전을 하는 사람이니 정작 실기는 자신이 있겠지만 이론이 문제다. 활자와 친하지 않아서 젊었을 때도 이론 시험에 한번 떨어진 기억이 나는데 지금은 오죽할까 싶어 불안하기 짝이 없다. 당장 접수하고 시험을 본다 해도 면허증 없이 생활해야 하는 것이 여간 불편하고 불안한 일이 아니다. 직업상 차는 늘 끌고 다녀야하기 때문이다.

작년 10월에 제주도 여행당시 면허증을 가져가지 않아서 임시면허증을 발급 받기도 했고 보험도 계속해서 들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혼란스러웠다. 면허가 취소되기 전에 행정당국에서 안내 우편물이라도 보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민원처리에 대한 불만도 생겼다.

어찌 되었든 날이 밝는 대로 경찰서를 가기로 했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남편도 그렇지만 나 또한 문제다. 내 기억으론 재발급시기가 5년이 넘었고 그렇다면 다시 면허시험을 쳐야 하고 이론은 문제가 아니지만 실기가 문제다. 면허증이 있는지는 이십여 년이 넘었지만 아직 운전을 못하는 장롱면허이기 때문이다.

면허증이 매장에 있어서 확인도 못하고 애만 태웠다. 만약 면허가 취소된 거라면 얼마나 억울한가. 어렵게 면허증 따서 운전도 제대로 못해보고 취소라니, 미처 챙기지 못한 후회와 관련법규에 무심히 살아온 것이 후회막심이었다.

민원업무를 시작할 시간을 기다려 경찰서로 간 남편에게 연락이 왔다. 면허증을 본 경찰관이 면허가 취소되었다며 전산을 살펴보더니 면허증은 재발급 받아놓고 찾아가지 않았다며 새 면허증을 주었다고 했다.

순간 뛸 듯이 기뻤다. 당신 정말 복 받았다며 축하해 주었다. 나도 서둘러 출근해서 면허증을 찾아보았다. 나 역시도 금년 8월까지 유효기간이다. 그 중간에 재발급을 받았는데 잊고 살았고 전혀 기억조차 못한 것이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하룻밤 동안 많은 생각과 후회 그리고 반성을 했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통해서 무엇이든 제대로 살펴보고 챙겨야한다는 값진 교훈을 얻었다. 긴 하룻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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