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밥
/김승희
새벽에 너무 어두워
밥솥을 열어 봅니다
하얀 별들이 밥이 되어
으스러져가 껴안고 있습니다
별이 쌀이 될 때까지
쌀이 밥이 될 때까지 살아야 합니다.
그런 사랑 무르익고 있습니다
오래전 새벽을 여는 어머니가 있었을 것입니다. 두 시간을 걸어 학교에 가는 아이도 있었을 것입니다. 아이의 잠이 새벽을 뒤척거릴 때쯤 어머니의 밥은 뜸이 들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늘에는 별들이 새벽을 두드리고 있었을 것입니다. 아이를 깨우고 다 된 밥을 밥상에 올리면 어머니의 거친 손등도 함께 상에 올랐을 것입니다. 그 밥을 먹고 학교에 가는 아이의 발걸음은 살이 차올랐을 것입니다. 피가 돌고 있었을 것입니다. 아이는 밥알처럼 뜨거워졌다가 밥알처럼 으깨어지기도 하며 청년이 되고 어른이 되어갔을 것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뒤돌아다보는 날이 왔을 것입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은 있는데 어머니는 사라지고 없는 것을 발견할 것입니다. 문득 거대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아이는 쓸쓸함과 외로움과 후회 같은 것들을 껴안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입니다. /김유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