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손주의
/채재순
저기 깨지기 쉬운 사람이 간다
명예가 무너진
재산이 파손되고
건강이 부서진,
‘파손주의’라고 써진 등짝을 보라
잔소리에 깨지고
뼈있는 말에 파손되고
속임 말에 넘어간,
가슴에 ‘취급주의’가 새겨진
사람을 보라
슬픔에 갇힌,
질그릇 하나가 간다
- 채재순 시집- ‘바람의 독서’중에서
“내 얼굴도 하나님의 작품이다” 라고 농담을 할 때가 있다. 사람은 깨지기 쉬운 질그릇이다. 파손주의 취급주의를 붙여야 한다. 우리는 왜 눈이 마주치면 그냥 웃지 못할까. 두 눈이 두 눈을 마주하고 잠시라도 멈춰있다면 왜 쳐다보느냐고 시비를 건다. 기분 나쁘다는 것이다. 눈빛이 눈빛을 외면하는 자기 방어의 자세다. 약해서 그렇다. 수없이 날아오는 말의 돌멩이에 얻어맞고 몇 번을 쓰러졌던가. 심지어는 익명의 댓글 폭력에 자살까지 하지 않는가. 천년만년 살 것 같은 권력자도 명예와 재산과 건강을 한순간에 잃고 사라진다. 톨스토이는 우리에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묻는다. 답은 사랑이다. 배려하지 않는 말에 상처받고 속임 말에 속아 넘어가고 잔금 많은 가슴, 그 질그릇 속에 슬픔이 가득 찼다. /김명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