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키우기 - 딸
/임승환
너는 내 피가 엮어낸 문장이다
그러나 해독할 길이 없다
마음과 꼭 반대로 움직이다가
시간에 따라 방향마저 바꾼다
다가간 만큼 숨어버리고
멀어진 만큼 훌쩍 커버린다
깔깔대는 탈선
멈추지 않는 전류를 느끼며
너라는 치욕을 견딘다
비틀거리는 안색은
울음과 웃음을 번갈아 쏟아내고 있다
새벽시장에서 한 다발의 꽃을 사고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너와
설렁탕을 말아먹으며 아침을 본다
그림자를 키우는 것은
스스로 단맛 나는 국물이 되는 일
너는 나의 따뜻한 식탁이다
- 임승환 시집 ‘노마드 사랑법’
자식을 키우는 사람이면 쉽게 공감 가는 시다. 내 피가 엮어낸 문장인 자식은 커 가면 커갈수록 내 반쪽이며 나 자신이라는 사실이 더욱 뚜렷해진다. 그 때문인가 내가 나의 모습을 완전히 모르듯이 저 그림자를 명확히 해독할 수가 없다. 마음과 꼭 반대로 움직이다가 시간에 따라 방향마저 바꾸다가 다가간 만큼 숨어버리고 멀어진 만큼 훌쩍 커버리는 저 깔깔대는 탈선. 그 앞에서 부모는 전류를 느끼며 너라는 치욕을 견딘다. 그래도 너는 나여서, 아니 나보다 더 귀하고 소중한 자식이어서 스스로 단맛 나는 국물이 된다. 설렁탕처럼 내 뼛속 국물 다 우려내줘도 아깝지 않다. 그래서 울음과 웃음을 번갈아가며 쏟아내게 하는 그 행복과 불행마저도 부모에게는 선물이다.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따뜻한 식탁이다.
/서정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