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단원고의 기억교실로 인한 문제가 사회적 갈등으로 확산됐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이 문제만큼은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9일 오후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열린 ‘4·16 안전교육시설 건립을 위한 협약식’에서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김광준 신부는 이렇게 말했다. 김신부는 지난 두 달 동안 협의회는 물론 개별적으로 수차례 대화를 거치는 등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고 술회했다.

이 자리에서는 4·16 안전교육시설의 건립과 운영, 4·16 추모행사 개최 및 지원, 세월호 참사 당시 2학년 학생들이 사용하던 안산 단원고 ‘기억교실(존치교실)’을 4·16 안전교육시설 건립 전까지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으로 한시 이전한다는 것 등에 합의했다. 또 단원고는 교내에 추모조형물 등 기억공간을 조성하고, 매년 4·16 추모행사 실시와 학교운영 참여협의체를 자체 구성하기로 했다. 이 자리엔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남경필 경기도지사, 윤화섭 경기도의회 의장, 제종길 안산시장, 노선덕 안산교육지원청 교육장, 정광윤 단원고 교장, KCRP 김신부 등이 참석했다. 그동안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내기 위한 노력이 컸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4·16 안전교육시설은 단원고 인근에 지하 1층∼지상 4층(연면적: 3천835㎡), 27실 규모로 오는 2018년 9월 준공될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4·16 교훈을 바탕으로 한 학생안전교육, 추모와 성찰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번 협약에 이르기까지 갈등이 많았다. 당시 2학년 학생들이 사용하던 교실 10칸은 참사 전 학생들이 사용하던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으며 방문객이 남긴 선물 등이 남아있다. 이에 학습 공간 부족현상을 빚어 교장실은 컨테이너로 옮겼다. 따라서 단원고 재학생 학부모들과 416가족협의회는 이전과 보존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으며 이 문제는 수개월 간 사회적 이슈가 됐다.

희생자와 유가족, 재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학교와 지역사회 모두가 피해자였다. 전 단원고 교장의 건강 악화로 인해 지난 3월 부임한 정교장은 이날 협약식이 끝나고 사진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실신해 병원으로 실려 가기도 했다. 아마도 과로와 스트레스가 극한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여러 차례 만나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한 끝에 이날 협약이 성사됐다. 전 위원장의 말처럼 협약식이 안전한 사회로 전환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