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늄
/박진성
꽃잎에 수천 톤 욕망이 앉아 있다
육중한 신체가 타오르고 있다
여름의 한가운데 여린 불기둥
아서라, 꽃잎에는 아무것도 없다
쪼그리고 앉아 한 잎 먹으면
피가 잘 돌겠다
가까스로 사랑의 입구에 서 있다
살인적인 태양의 한 가운데서 꽃잎이 몸을 열었다. 수천 톤의 욕망으로 이글거린다. 마주대하는 시인은 그것을 육중한 신체가 타오르는 것이라 했다. 여린 불기둥이라고 생각을 더하다가 돌연 꽃잎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자신의 욕심을 비우고 처음 마음으로 맑아진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의 마주 보는 것은, 새로운 시작이며 무안한 가능성을 내포한다. 피가 잘 돌 것만 같은 한 잎, 화자의 입 꼬리가 올라간다. 슬며시 웃는 귀가 붉어진다. 두근거리는 주머니가 열리고 조몰락거리는 손가락에 붉은 물이 든다. 사랑의 첫발을 떼려는 입구가 붉게 달아오른 것이다. /정운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