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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보이지 않는 선물

 

바쁘게 일하는 틈틈이 창밖 풍경을 살핀다. 아침나절은 별로 보이지 않던 움직임이 오후가 되면서 눈에 띈다. 손에 조그만 카네이션 바구니나 예쁘게 포장된 선물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보인다. 모두들 밝은 얼굴이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일 년에 하루뿐인 날을 그냥 지나지 않는 것 같다. 나도 속으로 기대를 하고 있는데 어머님께서 뜻밖의 말씀을 하신다. 늦게 퇴근해서 너무 힘들 것 같으면 다음에 오라고 하셨다고 이해는 하지만 서운한 마음에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늦기도 하고 다음날이 친구 결혼식이라 힘들겠다고 하는데 말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서운한 마음이 든다. 취업하고 처음 맞는 어버이날인데 친구 결혼식에는 가면서 엄마는 뒷전이라는 생각에 꼭 버림받은 느낌이다. 그리고 중간에서 생각 없는 말씀을 하시는 어머니도 서운하고 무심한 남편도 일을 하면서 마주치기도 싫었다.

어느새 이팝꽃이 탐스럽게 피고 나뭇잎이 연둣빛에서 초록으로 너울을 쓰기 시작한다. 이웃한 종묘상 앞은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밭에 심을 온갖 모종들이 잠시 햇빛 아래 앉아 있으면 금방 팔려나간다. 농사일에 서툰 사람들은 한참을 둘러보며 구경을 하고 모종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신기하게 들여다보고 조심스럽게 들고 간다. 혹시 다치기라도 할까봐 한 포기씩 아기 다루듯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나하나 소중하게 보살피고 키우는 것을 보면 자식 기르듯 한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오늘따라 유난히 북새통이다. 장날이기도 하고 부처님 오신 날이라 5월 들어 마지막 연휴라 오고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렇다고 한다. 게다가 오늘은 근동에 사는 후배의 아들 혼사도 있어 어머님께 봉투를 드리고 피로연에 다녀오시도록 하고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도 쉴 짬이 나지 않는다. 저녁때가 되어서야 오늘이 토요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긴 아침에 휴일이라는 사실은 생각도 못하고 알람 소리에 억지로 일어나 스포츠쎈터로 갔더니 굳게 닫힌 문이 야속하게 나를 막는다. 돌아오면서 오늘이 휴일이이라는 걸 알고도 그새 아득히 잊어버리고 종일 허둥대기만 했다. 아차! 그러고 보니 오늘 아들이 온다고 했던 날인데 하며 어디쯤 오나 전화를 하려는데 또 어머니께서 말씀을 하신다. 오늘 회사가 바빠서 쉬지도 못하고 피곤한데 차도 많이 밀리고 괜히 고생만 할 것 같아서 오지 말라고 했다고 하신다. 도대체 누구 아들인데 어머니 마음대로 그러시느냐고 목청까지 터져 나오려는 소리를 억지로 삼킨다. 심호흡을 하고 목소리를 낮추고 차분히 말을 꺼낸다. 이제 더 이상 애도 아니고 다 큰 어른인데 사람이 할 도리는 하고 살아야 하지 않느냐, 자꾸 괜찮다고만 하시는 게 좋은 건 아니라고, 다음부터는 중간에서 그러지 마시라고 말씀을 드렸지만 내 숨소리는 계속 깊어지고 있음을 느끼며 말을 끝내기로 했다.

저녁을 먹고 답답한 심사에 잠시 바람을 쐬면서 집 주변을 서성인다. 개나리는 숲을 이루고 라일락도 꽃이 피던 흔적만 남아 있다. 그 곁에 산딸나무가 꽃망울을 달고 있다. 이처럼 모든 것이 다 때가 있게 마련이다. 처음 아들을 낳고 배냇짓을 하는 것도 신기하고 옹알이를 할 때 처음 유치원 모자를 쓰고 가방 메고 손잡고 걸어 갈 땐 얼마나 큰 기쁨을 주었는데 지금의 서운함이 생급스럽다. 자라는 내내 말썽 한 번 안 피운 아들을 두고….

방으로 들어와 전화를 열어보니 아들에게 카톡이 와 있다. “엄마! 미안!! 아침에 일찍 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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